연세암센터, 환자 식사 지침 식사메뉴 공개
질좋은 단백질 섭취필수…치료후는 줄여야
질좋은 단백질 섭취필수…치료후는 줄여야
“고기랑 채소랑 골고루 드세요.” “붉은색 고기는 암에 안 좋다던데 왜 자꾸 먹으라는 겁니까?”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와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 및 영양사들 간에는 이런 실랑이가 자주 벌어진다. 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올바른 영양 관리다. 영양 관리가 허술하면 체력이 현격하게 떨어져 치료 시기가 늦춰지거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연세암센터는 23일 그동안 진료 현장에서 겪어온 경험들을 녹여 암 환자들을 위한 식사 지침 <암 치료에 꼭 필요한 암 식단 가이드>(삼호미디어 펴냄)를 내놨다. 그동안 의사·영양사 등 전문가들이 개별적으로 암 환자를 위한 식사법을 안내해주는 책은 많았지만, 병원에서 암 환자를 위한 구체적인 식사 지침과 함께 식사 메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동안 암 환자를 위한 식단 연구·개발에 참여한 정현철 연세암센터 원장과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의 도움을 얻어 암 환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먹거리 상식을 짚어봤다.
암 환자는 고기 먹지 말라?=암 환자들은 고기를 먹으면 암이 더 악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암 환자가 특히 항암 치료를 받고 있을 때는, 고기 등 질 좋은 단백질을 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열량 고단백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암 환자 몸에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가 많다.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됐고, 이 세포들은 매초 수천만 개씩 파괴되고 생성되면서 새롭게 교체된다. 그리고 건강한 세포가 잘 생성되려면 균형잡힌 영양소가 잘 공급돼야 한다. 그런데 암 환자들은 암세포를 없애는 데만 신경 쓰고, 나머지 정상 세포에 대한 영양 공급은 간과한다. 바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백질은 정상 세포를 만드는 재료다.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야 정상 세포의 회복 속도가 빨라져 체력이 유지되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진다. 특정 식품을 먹어 암세포를 없애려는 생각보다는, 정상 세포들을 위해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또 암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하면 이 과정에서 열량이 많이 소모된다. 암 환자는 신체의 정상적인 세포에 사용되는 열량뿐 아니라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암 치료 중엔 고열량식을 통해 체중을 표준치보다 약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항암 치료에 들어가면 구토, 울렁거림 등 부작용으로 식욕 부진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 예방식과 치료중 식사는 다르다=암 환자는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해 영양 상태가 좋을 때 치료 효과가 크다. 치료 중엔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두부, 콩 등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을 꾸준히 먹을 필요가 있다.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다면, 간식을 자주 먹는 등의 방법을 통해 영양 섭취를 잘해야 한다.
그러나 항암 치료가 끝나고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단백질 필요량이 달라진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붉은색 육류의 섭취량을 하루에 80g(탁구공 크기로 두 개 정도 되는 양)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한다. 육류를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류를 직화열로 구울 때 육류에 함유된 포화지방산이 발암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치료 뒤엔 육류 섭취량과 빈도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이 좋다. 체중 또한 표준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적절한 양으로 골고루 소박하게 먹도록 해야 한다. 먹거리 선택은 환자가 해야=암에 걸렸음을 아는 순간, 암 환자의 먹거리 선택권은 가족에게 빼앗긴다. 암 환자 가족들은 암 환자에게 아침부터 녹즙에, 홍삼 또는 항암 효능이 있다는 버섯을 달인 물을 들이민다. 또 하루 내내 종합비타민, 로얄젤리, 체력을 빨리 회복시킨다는 개소주, 정체불명의 건강기능식품까지 암에 좋다는 것이면 제대로 된 검증없이 먹이려 한다. 이런 상황에선 암 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없다. 가족들은 환자가 제대로 뭘 먹지 못하면, 환자에게 먹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고 또다시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암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무리하게 하루아침에 바꾸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가족들이 억지로 먹기를 강요하면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식습관 변화의 주체는 환자여야 하고, 가족들은 환자가 잘 투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그러나 항암 치료가 끝나고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단백질 필요량이 달라진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붉은색 육류의 섭취량을 하루에 80g(탁구공 크기로 두 개 정도 되는 양)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한다. 육류를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류를 직화열로 구울 때 육류에 함유된 포화지방산이 발암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치료 뒤엔 육류 섭취량과 빈도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이 좋다. 체중 또한 표준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적절한 양으로 골고루 소박하게 먹도록 해야 한다. 먹거리 선택은 환자가 해야=암에 걸렸음을 아는 순간, 암 환자의 먹거리 선택권은 가족에게 빼앗긴다. 암 환자 가족들은 암 환자에게 아침부터 녹즙에, 홍삼 또는 항암 효능이 있다는 버섯을 달인 물을 들이민다. 또 하루 내내 종합비타민, 로얄젤리, 체력을 빨리 회복시킨다는 개소주, 정체불명의 건강기능식품까지 암에 좋다는 것이면 제대로 된 검증없이 먹이려 한다. 이런 상황에선 암 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없다. 가족들은 환자가 제대로 뭘 먹지 못하면, 환자에게 먹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고 또다시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암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무리하게 하루아침에 바꾸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가족들이 억지로 먹기를 강요하면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식습관 변화의 주체는 환자여야 하고, 가족들은 환자가 잘 투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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