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글리벡 소송’서 법원이 낸 8% 인하안 수용조짐
정부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가격 인하 폭을, 제약사가 제기한 소송에 밀려 크게 줄이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 등 20여개 시민단체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글리벡 약값을 14% 낮추기로 했던 정부가 해당 제약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낸 8% 인하 조정안을 받아들이려 한다”며 “이는 다국적 제약사의 압력에 굴복해 환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타협안”이라고 비판했다.
글리벡 약값은 건강보험 가입자 쪽에서 약값 조정 신청을 한 뒤 처음으로 지난 9월 복지부가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이후 해당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법원에 이 결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가입자 쪽에서 약값 인하 조정안을 냈을 때 이를 검토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 인하안을 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8~52%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며 “정부가 이보다 크게 후퇴한 14% 안으로 결정하고도 또다시 약값 인하 폭을 줄이는 데 동의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글리벡은 2000년대 초부터 약값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다. 2001년 11월 정부가 글리벡의 약값을 1만7862원으로 제시했으나 해당 제약사는 약 공급을 중단한 채 2만3045원을 고집해 결국 2003년 1월 제약사의 요구대로 약값이 결정된 바 있다. 조경애 건강연대 대표는 “개발중인 새로운 백혈병 치료제의 약값은 글리벡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글리벡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앞으로 환자들의 부담을 더 크게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법원이 낸 이번 조정안을 받지 않아 해당 제약사가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2~3년 동안 약값 인하가 미뤄진다”며 “8% 인하안이라도 실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