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불법체류자 신종플루 무방비…‘2차 감염’ 우려

등록 2009-12-18 07:39

"강제로 추방될 게 두려워 아파도 병원에 못가요"

최근 신종플루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됐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불법체류자)의 공포는 여전하다.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에서 만난 이주노동자 필리핀 A(32)씨는 "2주전 고열이 나는 등 신종플루 증세를 보이며 많이 아팠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며 "추운 방에 누워 이렇게 죽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국내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대부분 신종플루 의심 증세가 나타나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처지다. 병원이나 보건소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순간 신분이 노출돼 단속되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에게 '단속'은 곧 '강제추방'을 의미해 이들은 아픔을 참고 버티고 있다.

마석공단에서 진열대를 만든다는 방글라데시 B(29)씨는 "내가 이 곳에서 번 돈으로 고향의 모든 가족이 먹고 산다"며 "추방되지 않으려면 아파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들은 공장 사장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더 입을 닫아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0명이 일하는 마석공단의 한 가구공장에서 이주노동자 전원이 신종플루 증세를 보였는데, 이런 실태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설령 이들이 병원에 가 처방을 받아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고가의 타미플루를 구매하기는 어렵다.


남양주 외국인근로자센터 조은우 이주노동팀장은 "불법체류자들이 신종플루 증세로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이들을 위해 거점 치료기관을 지정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어 2차 감염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작업장 대부분이 좁고 밀폐된 공간인 데다 많은 인원이 함께 일하고 있어 그 만큼 전염 가능성도 높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최은미 간사는 "불법체류자들의 신종플루 감염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무료진료 등을 통해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 영 사무처장은 "건강권의 문제로 봐야 하기 때문에 체류의 적법성을 떠나 불법체류자들도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115만명 가운데 18만여명을 불법체류자로 추정하고 있다.

최우정 기자 friendship@yna.co.kr (남양주=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