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어 작년에도 경찰·소방서에 ‘이송 자제’ 요청
대표적인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옛 국립의료원)이 지난해 서울시내 경찰서와 소방서에 행려환자의 이송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행려환자는 일정한 거처가 없으면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의 모든 경찰서 및 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행려환자의 경우 진료비 미수납의 문제가 있어 병원 운영에 막대한 손실이 있으니 시립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 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서울시립병원들보다 행려환자 및 노숙자 진료를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서울시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제출한 자료를 비교한 결과, 536병상인 의료원은 지난해에 4306명의 환자를 진료했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은평병원은 317병상에 6539명, 서북병원은 537병상에 1만7930명, 동부병원은 200병상에 3만5206명을 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의료원이 서울시립병원보다 행려환자·노숙자 진료를 덜 하면서도 이들의 이송 자제를 요청한 것은 공공성을 포기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료원 관계자는 “2008년 이전에는 정부가 행려환자를 의료급여 환자로 인정해주는 비율이 90% 이상이어서 진료 뒤에도 진료비를 받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에는 인정 비율이 20%가량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진료비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겨 그런 공문을 보낸 것 같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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