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기본가’보다 낮게 계약 차액 챙겨
시설비는 위탁업체에 떠넘겨…돈벌기 급급
시설비는 위탁업체에 떠넘겨…돈벌기 급급
일부 병원들이 환자들의 식사를 급식업체에게 맡기면서 밥값을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병원 식사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가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인천의 한 병원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한끼 식대를 2970원(세금 포함)으로 책정해 한 급식업체와 위탁운영 계약을 맺은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한끼당 5060원(영양사·조리사 인건비 포함)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급식업체의 한끼 밥값 2970원은 건강보험에서 정한 한끼 기본가격인 3390원보다 420원이 낮다. 병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환자들의 식사 한끼당 420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또 이 병원은 급식업체와 계약하면서 한달에 850만원(세금 별도)의 사무실 임대 계약을 맺어, 업체에 한해 1억1천여만원의 추가 부담까지 떠안겼다.
이런 사례는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나타났다. 최 의원이 입수한 대구의 한 대학병원과 급식업체 사이의 계약 내용을 보면, 이 병원은 한끼 밥값을 2910원으로 정해 한끼당 480원을 챙기고, 1억5천만원 상당의 초기 시설투자 비용을 위탁업체에 부담시켰다. 최 의원은 “대형 병원들의 이런 행태는 환자들이 먹는 식사의 질을 떨어뜨려 치료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5~7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전국 56개 국·공립병원의 식대 원가와 건강보험 청구 액수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의 경우 청구액이 원가보다 평균 1877원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일반 병원은 청구액이 원가보다 1641원 높게 나왔다.
경실련은 “병원 밥값과 건강보험 청구액이 한끼당 평균 41.8%의 차이를 보였다”며 “건강보험이 지난해 1년 동안 2929억원을 병원에 더 지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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