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료민영화 속셈”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국민건강증진법 등 기존의 법안들이 규정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국민건강증진 의무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질병은 아직 없으나 건강 위해 요인이 있을 때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등이 개인별 상담·교육·실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을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가 서울대병원에서 연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김창보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위원장은 현재 시행중인 국민건강증진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는 국민들의 건강증진 책임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된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은 이를 민간 서비스기관이 맡도록 해 충돌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건강증진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건강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건강증진 영역에서의 비용부담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법안들에서는 정부가 기금을 마련해 사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새 법안에서는 이용자가 전액 부담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도 건강증진 사업 관련 비용은 건강보험이나 정부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주치의가 금연·영양·금주·운동 등의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세금에서 나온다. 일본도 건강증진 사업의 주체는 건강보험이며, 특정 건강검진이나 운동, 금연 등 보건지도를 의료기관 등에 맡기고 비용은 건강보험이 부담한다.
김 위원장은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은 결국 정부가 세금 등으로 해야 할 사업을 국민 개개인의 책임과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민간 주도의 서비스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할 수 있고, 이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민규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국민건강증진법 등은 포괄적 의미의 규정이 중심을 이뤄 실제 보건의료 제도는 개별법에 따라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건강증진 및 예방에 대해 민간 영역의 제도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의사·한의사 단체는 건강관리서비스와 의료행위를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국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킨다고 비판했으며, 대한영양사협회 등은 영양이나 운동이 질병예방 및 관리에 중요하므로 개별화된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며 찬성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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