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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만성폐쇄성질환 예방은 ‘금연’

등록 2011-01-31 19:36수정 2011-01-31 22:06

김양중의 건강수첩
10여년 전 신문사에 입사하기 전에 시골 보건지소에서 일할 때 겪은 환자 가운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분이 있다. 평소 심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던 70대 노인이었는데, 어느날 5분가량 호흡을 하지 않는다며 환자의 큰아들한테서 집에 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이미 숨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 청진기 하나만 달랑 들고 그 환자의 집으로 갔다. 혹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지 모르니 119에도 연락을 해 뒀다. 환자 집에 도착하니, 큰아들이 환자가 이미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는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관을 코에 꽂고 있었다. 심한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병원에서도 더 이상 호전되지 않으니 집에서 돌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선 목의 동맥에 손가락을 대어 심장 박동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희미하게 박동이 느껴졌다. 이후 가슴 부위에 청진기를 대는 순간 정말 죽은 것처럼 보였던 환자가 컥컥 기침을 하더니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뜨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 집을 나서는데, 큰아들이 머뭇거리며 무슨 말을 하고자 따라나섰다. 들어보니 그 환자 분이 오늘밤은 넘기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벌써 3~4번 이런 일이 있어 119를 부르기도 하고 응급실로 달려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오늘밤을 넘기실 것 같으면 아들들이 서울이나 대구의 일터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송구스럽지만 질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사연이 안타깝긴 했지만 신도 아닌 입장에서 솔직히 모른다고 답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마저 파괴하고 있었다.

최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대규모 조사 결과가 세계적인 논문집인 <호흡기 의학>에 실렸다. 제약사인 지에스케이(GSK)가 후원한 이 연구는 7개 유럽국가의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질환의 초기부터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악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일상생활도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가벼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도 기침을 겪는 비율이 74%, 가래 63%, 호흡곤란 58% 등으로 나타났다. 또 70% 이상은 가까운 상점에 다녀오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에도 제약을 받았다. 아울러 전체의 10%는 지난 여섯달 사이에 해당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기도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통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예방을 위해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은 바로 금연이다. 새해 첫날부터 금연을 결심했다가 혹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나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그리고 그보다 더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설날을 계기로 다시 시도해야 한다. 물론 굳센 의지로도 담배를 끊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탓만 해서는 곤란하다. 니코틴 중독에 빠져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금연클리닉 등을 찾아가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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