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수첩]
우리나라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노년층의 자살률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외국의 환자에 견줘 자살 시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우울증 임상연구센터가 2006년 2월~2008년 8월 국내에서 등록된 우울증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183명의 환자 가운데 21.4%가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미국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인 16.5% 등 외국보다 다소 높다. 국내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보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은 평균 2.1~2.7회로 조사됐다. 또 12살 이전에 가족의 사망이나 학대, 폭력, 강간, 따돌림 등을 경험한 경우에 자살 시도가 1.7배 높았고, 불안이나 망상 등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경우 3배, 이전에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2.1배 높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이 더 높은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팀은 “서양에 견줘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이 높은 것은 우울증을 감추고 조기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울증 치료를 부끄러워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우울증 환자의 적절한 치료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생명인권본부나 몇몇 예방의학자들은 개인적인 우울증 치료보다는 자살을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차단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교량 난간에 펜스를 설치하거나, 농약 등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마시면 바로 굳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농약의 사용 등이 더 효과적인 자살 예방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음주 상태에서 자살 시도 가능성이 3배나 높아지는 만큼 금주 및 절주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살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는 실직, 가계 파탄, 사회 양극화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 오히려 자살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며,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몰아가거나 약물 치료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에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또 우울증 환자가 자살하는 경우 그 책임의 일부는 담당의사에게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원인이 기여하는 것처럼 자살 예방 역시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우울증을 겪고 있으면 단순히 약만 먹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보살핌을 받는 것을 포함해 적어도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세상은 아니어야 함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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