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수첩]
옛말에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옛사람들은 봄볕은 해롭고 가을볕은 이롭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마도 겨울에 강한 햇볕을 쬐지 못하다가 봄볕을 쬐면 우리 몸의 피부가 이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피부 질환이 생길 수 있음을 관찰한 결과로 보인다. 반면 가을에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에 익숙해진 피부가 상대적으로 약한 햇볕에 별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이런 속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옛사람들의 경험으로도 햇볕은 우리 몸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도 햇볕과 건강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많이 쬐어도 문제고, 아예 쬐지 않아도 문제다. 먼저 햇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햇볕 노출이 적어져 ‘구루병’이 생길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짱다리, 성장 장애 등이 나타나는 구루병은 어린아이들에게 생기는 질환으로, 우리 몸에서 비타민 디(D)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박미정 인제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구루병이 최근에 증가하는 이유는 평소 햇볕을 잘 쬐지 않는 임신부들이 비타민 디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해 아이들도 비타민 디의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아이들의 야외 활동 부족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쉽게 말하면 햇볕을 쬐면 우리 몸에서 필요한 비타민 디가 충분히 만들어지는데, 그렇지 않아서 이런 질환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비타민 디의 하루 권장량은 어른을 기준으로 200단위이다. 이는 하루 20분 정도 햇볕을 쬐면 생성되는 양이라고 한다. 야외 활동이 그 자체로 활동량을 늘려 건강에 이로우면서 비타민 디의 합성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화장을 너무 짙게 하거나 강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의 자외선 노출 정도가 감소해 비타민 디 합성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여름철과 같은 강한 햇볕이 아니라면 자외선 차단지수가 낮은 제품을 자주 바르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있다.
한편 자외선은 살균, 비타민 디의 합성 작용도 돕지만, 또 너무 과다하게 쬐면 일광화상은 물론 피부 노화나 드물게는 피부암의 발생 가능성마저 높인다. 게다가 20살 이전에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유아기 때부터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는 의학적인 권고도 있다.
햇볕의 자외선은 결국 과해도 건강에 해롭고 부족해도 좋지 않다. 타협책이라면 야외 활동을 하면서 햇볕을 쬐되, 자외선이 너무 강한 시간대인 오전 11시~오후 3시에는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다. 또 자외선 차단제는 너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여러번 바르는 것도 포함된다고 하겠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흐린 날이나 그늘에서도 자외선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으므로, 이 역시 야외 활동에서 고려해야 할 일이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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