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개선안 28일 확정…시민단체 “환자 부담만 가중”
앞으로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 외래에서 진료를 받으면 약값 본인 부담이 지금보다 67% 늘어난다. 시민단체와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늘리고, 특히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전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대형병원 외래에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한 결과,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 외래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약값 본인부담 비율을 현행 30%에서 40~5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안은 오는 28일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결정된 안을 보면, 대학병원 등 44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에서 감기, 단순 고혈압 등 가벼운 질환으로 진료를 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전체 약값의 30%만 내면 됐으나 앞으로는 50%를 내야 한다. 예컨대 약값이 1만원일 경우, 지금은 본인 부담금이 3000원이지만 앞으로는 5000원으로 2000원(67%)을 더 내야 한다. 또 병상이 100개 이상인 종합병원은 현행 30%에서 40%로 오른다. 동네 의원과 30~100병상 미만 병원은 현재처럼 약값 본인부담 비율이 30%로 유지된다.
복지부는 약값 부담 비율 인상으로 절감되는 건강보험 재원은 동네 의원을 방문하는 만성질환자 또는 노인의 진료비를 줄여주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동네 의원에서 진료해도 될 가벼운 질환을 앓는 이들마저 대형병원 외래를 찾아 의료기관 사이의 과다한 경쟁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불러왔다”며 “동네 의원은 가벼운 질환을 맡고,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의 입원치료에 전념하도록 의료기관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의료기관 사이의 과당 경쟁의 원인인 의료공급 과잉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은 없고, 오직 환자들의 비용부담만 늘리는 방안”이라며 “이런 대책으로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영상진단 검사비를 낮추는 안도 통과돼, 시티(CT·터단층촬영)는 15%,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는 30%, 펫(PET·양전자단층촬영)은 16%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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