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의 건강수첩]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올해 2월 11개월 동안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부작용이 2206건 접수됐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타이레놀 등과 같은 상품명으로 팔리며, 가장 흔하게 쓰이는 해열진통제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보고된 부작용은 주로 발진, 두통, 가려움증, 발열, 수면장애 등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그동안 심각한 부작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식약청은 아세트아미노펜이 든 전문의약품에 대해 1회 투여 최대 용량을 325㎎으로 제한했다. 또 심각한 간 손상 및 호흡 곤란, 가려움, 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제품 설명서에 표시하도록 조치했다. 이 제제를 너무 많이 먹을 경우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수로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많이 마신 뒤 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너무 많이 먹어 간 손상으로 숨지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미국의 조처 뒤 우리나라 식약청도 지난 1월26일 아세트아미노펜이 든 전문의약품을 처방 또는 투약하는 경우 환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한 번에 여러 종류의 같은 성분 의약품을 먹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바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그나마 사용이라도 가능하지만, 이전에 문제가 된 관절염 치료제인 바이옥스는 아예 퇴출되기도 했다. 이 약은 보통의 진통소염제에서 흔한 위장관 부작용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모았는데, 노인 관절염 환자의 심장마비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밖에 스위스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셀레콕시브 등과 같은 진통소염제를 관절염 등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먹으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위험을 2~4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연말부터 일반의약품을 슈퍼 등에서 팔게 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부처 쪽에서는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지지하고 있으며,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서로의 논리를 보면 소비자들의 약 이용 편리성과 전문가의 권고에 따른 안전성 보장이 맞서고 있다. 약의 부작용을 잘 아는 약사의 손을 거치는 것이 소비자들의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도 있으며,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팔 때 약사의 권유로 다른 약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슈퍼 판매로 약품 사용이 더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해 찬성하고 나섰지만 상당히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점은 모든 약은 알려진 것 이외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불필요한 약품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책이어야 한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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