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수첩]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는 한때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소문이 났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이 질환이 아니더라도 약을 처방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도 이 약물 사용이 급증하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결국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음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고서를 보면, 이 약을 오남용한 경우에 자살을 시도하는 정신병적인 부작용이 심심찮게 나타났고, 이밖에도 식욕부진, 두통, 구토, 수면장애 등 각종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일부 약물에 대해 자살 위험성을 부작용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식약청도 이들 약물에 의한 심장 및 혈관계 부작용으로 돌연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사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없는 질병마저 만들어낸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도 그런 범주에 해당하는 질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질환에 대한 선별검사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선별검사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는 우선 이 질환에 대한 약물의 효과나 안전성 및 부작용 등이 현재까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별검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육청에서 준비중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대한 설문조사는 진단의 정확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비밀보장 대책이 없어 ‘잘못된 낙인찍기’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지도 않은 검사로 이 질환이 있을 것으로 의심돼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부모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검사가 이뤄진다고 하나, 현재 부모들이 이 질환과 약물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의절차가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뛰어놀면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도 과거보다 부족하고, 학교를 마친 뒤에도 여러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을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3배로 커진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라면 학교의 환경과 교육 내용을 학생들 위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번 선별검사가 조기 치료라는 명목 아래 아직 입증도 되지 않은 설문조사 도구를 사용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얹어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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