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약사법 거론하며 “약사 협조 없으면 허용하나마나”
복지부 ‘심야·휴일에 소방서·동사무소 판매’ 검토
복지부 ‘심야·휴일에 소방서·동사무소 판매’ 검토
그동안 보건의료계에서 논란이 돼온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수희(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 허용과 관련된 복지부의 입장은 약국이 문을 닫은 뒤 약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라며 “동네 슈퍼에서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복지부가 슈퍼 판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약사법에서 약을 관리하도록 한 약사들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못 하는 것”이라며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같은 사안을 서비스 산업 선진화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진 장관은 이날 약사들의 반대라는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슈퍼 판매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약사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약사들이 제대로 복약 지도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약국 외 판매 문제에 대해서도 대한약사회가 너무 피해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 장관은 또 국민들이 약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약을 많이 먹게 해서 관련 산업을 살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약국이 문을 닫은 뒤 약이 필요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애초 5월 말까지 내놓기로 했으나, 방안 확정 시기를 6월 초순으로 미뤘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약의 안전성을 우선 고려하면서 심야 응급 상황에서 약을 구할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는데 검토할 사안이 많아 발표를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심야에 소방서나 동사무소 등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장소에서 약사의 관리 아래 약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논쟁은 지난해 연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같은 데 나가보면,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사먹는데, 우리는 어떠냐?”고 물으면서 촉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야간과 공휴일의 약 구입 불편 해소 등을 위해 약국 외 판매에 찬성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약사회나 복지부는 약의 안전한 사용이 우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는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약과 관련된 사고가 해마다 약 15만명에게 일어나 관련 사망자가 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약의 안전한 사용 및 질 관리를 위해 슈퍼 판매를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에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허용한 나라는 미국, 일본 등이 대표적이며, 유럽연합(EU)의 경우 27개국 가운데 14개 나라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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