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뜻대로 “심야·휴일약국 확대” 사실상 결론
복지부 “일반약 일부 의약외품 전환” 실행 미지수
복지부 “일반약 일부 의약외품 전환” 실행 미지수
최근 논란이 돼온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약사단체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그 대신 약사단체의 주장대로 의약품 분류의 재검토와 당번 약국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소비자들이 심야나 공휴일에 약을 살 수 없는 불편을 덜기 위해 현행 의약품의 분류를 재검토하는 위원회를 이달 중 열겠다고 3일 밝혔다. 또 복지부는 대한약사회가 평일 밤 12시까지와 공휴일에 문을 여는 당번 약국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며, 약사회가 이를 책임있게 실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그동안 소방서나 동사무소 등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장소에서 약사의 관리 아래 약품을 24시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대한약사회가 이를 거부해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그 대신 복지부는 현재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의약외품으로 나뉘는 의약품 분류를 재검토해 안전성 문제가 적은 일반의약품 가운데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하거나,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별도 항목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을 두고는 의약품 재분류를 논의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의약분업을 시작한 뒤 지난 10년 동안 의사와 약사는 서로 의견이 달라 의약품 재분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위원회 구성도 소비자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의사 4명, 약사 4명, 공익대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약사회가 제시한 대로 평일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약국을 4천개, 휴일에도 문을 여는 약국을 5천개 운영하는 당번 약국 활성화 방안으로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약사회는 이미 지난해에 심야시간 운영 약국 도입 방안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약국은 전국 약국의 0.3%(56개)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대도시와 유흥가에 집중돼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 해소에는 실효성 없는 방안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복지부가 소비자들의 불편을 외면한 채 약사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방안을 내놓아 ‘약사 복지부’임을 자인했다”고 비난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