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외 약 판매 무산에 “진수희 장관 사퇴를”
약사회 뜻 수용 여파 ‘이익단체 압력’ 거세져
약사회 뜻 수용 여파 ‘이익단체 압력’ 거세져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약사단체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의사단체가 정부의 선택의원제 도입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일반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약국 외 특수장소를 확대할 계획이었던 정부가 약사단체의 반대에 막히자 스스로 이를 포기해, 이익단체의 압력에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에 즉각 나서고, 정부가 만성질환 관리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선택의원제 도입을 중단하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또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사퇴도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두 가지 요구 사항에 대해 개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집회와 시위 등 대정부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우선 복지부가 심야 및 공휴일에 약품을 구입하기 힘든 국민의 불편을 외면한 채 대한약사회가 제시한 당번 약국 활성화 방안을 받아들인 것은 국민보다는 약사회의 이익 옹호를 우선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의협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선택의원제를 밀어붙이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대형 병원에 만성질환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고 동네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택의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개원의의 87%가 각자 전공을 가진 전문의인 상황에서, 만성질환을 진료하는 내과와 가정의학과를 뺀 나머지 전문의들은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없어 진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신규 의사의 개원에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정형외과 의사인 내가 만성질환 관리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고혈압, 당뇨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며 “국민 불편보다는 약사회의 이익에 앞장선 복지부가,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사들도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국민보다는 약사회의 손을 들어준 복지부의 결정 때문에 의사들 역시 들고 일어선 것이고, 의협의 본심은 선택의원제 반대 아니겠느냐”며 “의협이나 약사회 모두 자신들의 이익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의 기자회견을 두고, 의료계 일부에서는 회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경 회장이 회원들의 불만을 정부와 약사회 쪽으로 돌리려고 마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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