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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엄마젖 먹일 사회환경이 필요하다

등록 2011-08-08 19:59

김양중의 건강수첩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정한 세계모유수유(엄마젖 먹이기) 주간인 지난주(1~7일)에는 엄마젖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등 각종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보건소나 병원에서는 엄마젖 먹이기가 아이는 물론 엄마의 건강에도 좋다는 내용의 건강강좌를 열었고,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젖 먹이기 요령을 교육하는 행사도 있었다. 언론에서도 엄마젖의 이로운 점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심지어 북한에서는 엄마젖을 먹는 비율이 전세계 평균치보다 높다는 보도도 있었다.

엄마젖이 이롭다는 설명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우선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 확보로 임산부의 만족감이 높아져 산후우울증을 크게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 엄마의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아이에게도 이로운 점이 많다. 엄마젖을 먹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견줘 각종 정신질환을 비롯해 호흡기·소화기·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 아울러 유아기나 청소년기는 물론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비만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발생 비율이 낮다고 한다. 이 밖에도 외출할 때마다 분유와 깨끗한 물을 챙겨야 하는 불편이 없으며, 비싼 분유를 사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이로운 엄마젖 먹이기를 우리나라에서 실천하는 엄마의 비율은 1990년대 후반 10%대에서 최근 들어 점차 높아져 30%대까지 올라섰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인 4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원인에 대해 관련 분야의 많은 의료인들은 임산부의 준비 및 경험 부족과 엄마젖 먹이기에 대한 의지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한국산후조리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산후조리원에서 엄마젖 먹이기를 실천하는 데 주된 어려움으로 ‘산모의 모유수유 의지 부족’이 70%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해 볼 점은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할 시점에 완전히 엄마젖만 먹이는 산모의 비율이 49%로, 우리나라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산후조리원처럼 주변 환경을 개선해 엄마젖을 먹일 수 있도록 한다면 현재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산모들은 의사들이나 사회에서 엄마젖 먹이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이지, 직장인 엄마를 비롯해 많은 산모들이 제대로 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엄마젖을 제대로 먹일 수 있도록 신생아와 엄마가 같은 입원실에서 지낼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많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5~6인실에서 틈만 나면 우는 아이에게 엄마젖을 먹이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직장 안에 수유 시설이 없거나, 충분히 산후 휴가를 갖지 못해 엄마젖 먹이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엄마들은 엄마젖의 이로움에 대한 교육이나 언론 보도를 보면서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건강을 챙겨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중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엄마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나 비난을 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는 엄마젖 먹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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