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약값 17% 인하 배경
16개 선진국 중 구매력 대비 약값부담 가장 커
제약회사 복제약값 높아 개발보다 판매 치중
16개 선진국 중 구매력 대비 약값부담 가장 커
제약회사 복제약값 높아 개발보다 판매 치중
보건복지부가 12일 약값을 내년부터 한꺼번에 평균 17% 내리기로 한 것은, 약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엔 비싼 약값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컸고, 제약사들은 신약개발보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복제약 제조·판매에 치중하는 폐단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약값은 구매력 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스웨덴·미국·일본 등 16개국에 견주어 가장 높다. 특허시효가 끝난 뒤 약값 인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약의 특허가 끝난 뒤 신약의 가격을 보면 네덜란드는 60%, 오스트리아는 70%로 낮아지지만, 우리나라는 80%선을 지켜왔다. 복제약도 네덜란드는 60%, 오스트리아는 52%로 떨어지지만 우리나라는 68%를 받는다. 이 때문에 국민의료비 가운데 약값 비중이 22.5%(200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3%에 견줘 1.6배에 이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뇨·고혈압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 걸린 저소득층 서민들이 약값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가령 고혈압·고지혈증 등으로 3가지 약을 매일 먹느라 한해 31만원의 약값을 내야 하는 환자는, 앞으로 이번 인하안이 시행되면 약 6만원의 약값 부담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복제약 등 약값의 거품이 걷히면 제약사들의 경영 방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손쉽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복제약을 많이 만들어 의사나 약사에게 ‘채택 대가’(리베이트)를 건네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복지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제약사들은 2010년 기준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이 약 35.6%로 전체 제조업 평균보다 3배가량 높다. 판매관리비엔 리베이트 비용이 들어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3%로, 다국적 제약사의 평균인 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뿐 아니라 복제약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리베이트 등의 관행을 버리고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어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까지 나온다. 제약회사들은 성명서에서 “약값을 한꺼번에 17%나 내리면 제약업계는 생존을 위해 2만여명을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약값의 거품을 제거하고 연구개발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선진화한다는 이번 방안에 대해선 청와대도 같은 입장”이라며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 등 제약회사 육성 방안도 담고 있는 만큼 제약회사들의 반발도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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