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시술비 하락에 재료공급 중단…불만 품은 의사들 동조
내시경을 이용해 암 부위를 절제해 내는 한 조기 위암 치료법의 재료 값과 시술비가 크게 낮아지자 해당 의료기기 업체와 의사들이 반발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이라 부르는 이 치료법의 시술비 등이 낮아진 것은 이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됐기 때문이다.
6일 보건복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9월부터 크기가 2㎝ 이하인 조기 위암을 치료할 경우 박리절제술도 건강보험 적용 항목으로 인정됐다. 이 시술은 조기 위암을 치료하는 한 방법으로 암의 크기가 작고 암세포가 침범한 층이 적어야 하는 등 제한적으로 쓰이지만,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에 견줘 위를 절제해 내는 부분이 작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보험 적용이 되면서, 250만~300만원에 이르던 치료비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평균 30만~50만원가량(환자 부담액)으로 낮아지게 됐다. 기존에 40만원가량 하던 재료비는 9만원으로, 의료진의 시술비 역시 기존의 10~20%대로 낮아진 것이다.
재료값이 크게 낮아지자 해당 업체인 올림푸스한국은 이 절제술을 하는 대학병원에 지난달 30일 공문을 보내 재료값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재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재료값은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20만~40만원대에 수입된다”며 “하루아침에 절반 또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에 공급할 수는 없어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3일 안에 가격 조정 신청을 보건당국에 낼 계획이며, 조정이 되면 곧바로 재료를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술비가 크게 떨어진 것에 불만을 품은 의사들도 의료기기 업체와 동조해 결국 환자들이 시술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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