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8명가량이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지난달 26~29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진통제·소화제 등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필요한 일반의약품을 약국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83.2%가 찬성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5.7%이었으며, 나머지 1.1%는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 야간이나 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아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78.3%는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21.7%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1년 동안 약국에서 가정상비약을 구입할 때 약사한테서 약의 사용법을 설명 들은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8%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21.5%,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59.8%로 나와 10명 가운데 8명은 약사의 약 사용법 설명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응답도 18.8%로 나왔다.
이와 함께 가정상비약을 쓰다가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29명(전체의 2.9%)으로, 이 가운데 22명은 저절로 좋아졌지만 7명은 절로 나아지지 않아 병·의원이나 약국을 찾았다고 답했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 및 당번약국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보사연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경실련은 지난달 17~27일 전국 당번약국 3629곳 가운데 380곳을 방문해 문을 열었는지와 일반약을 살 때 복약지도를 하는지 등을 직접 방문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약국의 93%는 진통소염제 등 일반의약품을 살 때 아무런 설명이나 복약지도 없이 약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경실련이 지난 4월 같은 내용을 조사해 발표했을 때의 수치 95%에 견줘보면 거의 변동이 없다. 경실련은 “약사들이 일반 약의 안전성을 들어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약국에서 복약지도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당번약국의 운영 여부 조사에서는 약사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당번약국 가운데 12%가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 부장은 “전국 2만1천여개 약국 가운데 일요일에 문을 연다는 당번약국은 3600여개지만 이 가운데 12%가 문을 열지 않아 실제로 운영되는 당번 약국은 전체 약국의 16%에 불과하다”며 “약사회 홈페이지만 봐서는 문을 연 약국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편도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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