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생존 가능성이 가장 낮은 암 가운데 하나인 췌장암을 진단받은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8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었을까?
잡스가 걸린 췌장암은 생존 가능성이 낮은 췌장암인 선암이 아니라 췌장암 가운데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신경내분비암이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잘 알려진 대로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췌장암은 선암의 한 종류로 이는 5년 생존율이 5%도 되지 않아 진단되면 대부분 1년 안에 숨진다”며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걸린 신경내분비암은 이른바 ‘착한 암’으로 부르는데 진행이 느리고 생존 기간이 훨씬 길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경내분비암이 췌장에 생긴 뒤 간에 전이가 되더라도 최근에는 평균 5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잡스가 받았던 치료 가운데 간 이식 치료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잡스는 2009년 스위스에서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김 교수는 “췌장암이 간까지 전이된 경우, 간 이식을 통해 췌장암을 치료하는 것은 아직 의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다”며 “췌장암 세포가 혈액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암에 걸린 간을 다른 간으로 바꾼다고 해서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잡스는 간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췌장암이 간으로 다시 전이돼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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