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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질병 이유로 침해받아온 인권

등록 2011-10-10 20:08

김양중의 건강수첩
인류의 역사에서는 질병에 걸렸는데 보호나 제대로 된 치료는 애초 기대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사회적인 탄압을 피해 도망다녀야 했으며 때로는 질병에 걸린 사실마저 숨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과거에는 ‘문둥병’이라 불린 ‘한센병’이 대표적인 예이다. 성경이 쓰여졌던 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이 질병에 걸린 이들은 차별 속에서 지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 등 한센인 마을로 강제 이주시켜 다른 이들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한 역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소록도에 강제 이주된 이들은 일본인 소장의 명령에 따라 강제노역에도 동원됐으며, 강제로 불임 시술을 받은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센병의 원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여러 치료법도 나오면서 그 멍에를 벗고 있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이다. 중세 서양에서는 정신질환자를 감옥과 같은 곳에 가두고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정신질환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정신질환의 원인이 상당 부분 밝혀지면서 서양의 많은 나라들이 강제 입원이나 격리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치료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 하면 강제 입원과 격리를 먼저 떠올리고 있다. 여전히 많은 대중매체가 정신질환에 걸린 환자가 범죄라도 저지르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정신질환자는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연구에서 정신질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말이다.

에이즈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질환이다. ‘걸리면 죽는다’, ‘동성애자(성적 소수자)가 걸린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를 보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뒤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20~30년씩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에이즈도 만성질환의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감염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10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 웬만한 암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또 20년 이상 사는 사람들도 35%나 된다. 1985년 감염이 확진됐을 때 29살이었던 한 감염인은 현재 26년째 살고 있다.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의 원인도 대부분 수혈이나 이성애에 의한 것으로 성적 소수자를 탓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아, 이들의 40%는 직장을 다닐 수 없었으며 50%는 정기적인 수입이 없거나 벌어도 한달에 50만원이 되지 않았다. 원 의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이들 감염인에게 법적으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인 배려를 하고, 고용에서도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한센병이나 정신질환이 그랬듯이 가까운 미래에는 에이치아이브이에 감염된 이들에 대한 차별을, 인권을 무시한 잘못된 역사라고 가르칠 것이다. 현재 감염자들의 고통을 보면 그 가까운 미래가 좀더 빨리 와야 할 듯하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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