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만6천가구, 전월셋값 반영뒤 건보료 13%↑
집세 재산 간주탓 서민 부담…복지부 “대책 검토”
집세 재산 간주탓 서민 부담…복지부 “대책 검토”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지난 4월 이전까지는 건강보험료로 6만9630원만 냈으나, 4월부터는 보험료가 11만4780원으로 4만5150원이나 올랐다. 무려 65%가 오른 것이다. 이처럼 보험료가 크게 오른 데에는 전세금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집의 전셋값은 2년 전에 약 1억6천만원에서 올해 4월에는 4억8천만원으로 3억2천만원이나 올랐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일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전월세금이 건강보험료 책정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서울지역에선 지난 4월 기준 1만1천여가구에서 건강보험료가 평균 15% 가까이 올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보건복지부의 말을 종합하면, 전월세로 사는 전체 지역가입자 344만가구 가운데 4월 한 달 동안 전월세금 변동으로 보험료가 변한 가구는 전국적으로 12만가구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5만6천가구의 보험료가 올랐다. 보험료가 오른 가구의 평균 인상률은 12.6%로 조사됐다.
전세금이 많이 오른 서울시의 경우에는 모두 1만1516가구에서 평균 14.5%나 보험료가 인상됐는데, 전세금 인상 폭이 구마다 달라 보험료 인상 폭에도 차이가 컸다. 추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동대문구의 경우 4월에 보험료가 인상된 127가구에서 보험료가 평균 27.6%나 올라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보험료가 오른 127가구의 평균 전월세금(월세는 전세로 환산)이 2년 전에는 2920만원이었지만 4월에는 6636만원으로 127%나 오르면서, 보험료도 평균 4만4601원에서 5만6901원으로 1만2300원이나 인상됐다. 동대문구에 이어 보험료 인상 폭이 큰 구는 도봉구(27.3%), 구로구(22.3%), 영등포구(22.3%), 종로구(20.7%) 차례였다.
반면 은평구는 보험료가 인상된 1168가구의 평균 보험료가 같은 기간 4만4497원에서 4만8224원으로 3727원(8.4%) 올라 인상 폭이 가장 작았다. 이 1168가구의 평균 전월세금은 같은 기간 56.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전월세금의 30%를 재산으로 간주해 건강보험료 책정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전월세금이 폭등하면서 건강보험료도 올라 중저소득층에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며 “보험료 산정 때 전월세금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 주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중이며, 특히 취약계층의 전월셋값 폭등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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