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순(55) 경영고문
만성정신질환 치유 개척한 이충순 용인정신병원 고문
국내 첫 지역보건센터 설립·확산
직업재활 성과로 1800여명 독립
파킨슨 투병에도 ‘표준사업장’ 꿈
국내 첫 지역보건센터 설립·확산
직업재활 성과로 1800여명 독립
파킨슨 투병에도 ‘표준사업장’ 꿈
“만성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이나 수용시설에 방치만 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해줌으로써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정신병원에서 만난 이충순(55·사진) 경영고문은 “정신분열, 조울병 등 만성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일생생활을 해나가며 치료를 받을 때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창립 40돌을 맞은 용인정신병원에서 20년 넘게 의사로 일했다. “외과의사였던 아버님이 쇠사슬에 손과 발이 묶여 손목이 괴사된 정신질환 환자를 치료한 뒤 전문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시고 정신병원을 세우셨다”고 회고한 그는 “어렸을때부터 정신과 의사를 꿈꿨다”고 말했다. 그가 일을 시작한 90년만해도 정신질환자 치료가 곧 ‘정신병원 감금’으로 통용될만큼 편견이 심한 시절이었다. 그에게 지난 21년은 이러한 ‘편견’과 맞서온 시간이었다.
미국 예일대 보건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치자마자 용인정신병원 근무를 한 그는 “당시 외국과 달리 국내 상황은 만성질환자를 치료되지 않는 ‘무서운 존재’로 바라보는 편견이 심했고, 대학병원과 가족들이 포기한 환자들은 병원에 평생을 보내야만 했다”며 “정신병원, 복지원 등의 수용시설 인권침해 문제도 터져나와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말했다.
91년 정신질환자를 찾아가서 관리하는 서울시의 간호사 방문사업을 용인정신병원이 맡게 되며 그의 ‘꿈’은 시작됐다. 그는 “방문사업의 성과가 좋아 병원이 비용의 일부를 대고 95년 서울시와 함께 강남구 일원동에 국내 최초의 정신보건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신보건센터는 곧 서울 전역은 물론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는 93년부터 환자들의 독립과 사회정착을 유도하는 ‘직업재활 프로젝트’에도 눈을 돌렸다. “보호자들은 자신이 죽고 난 뒤 아무도 돌봐줄 이 없는 환자들의 처지를 제일 걱정하거든요.”
그동안 1800여명의 환자들이 인근의 국수·화장품·낚시대 등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 병원을 떠나 독립했다. 환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금전관리·대인관계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3~6개월에 걸쳐 꾸준히 진행한 결과였다. 이 고문은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독립 뒤 3년 동안 70%가 통원치료를 받으며 사회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사고 후유증으로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는 이 고문은 2009년 병원 이사장을 딸에게 넘겼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지금 직업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50여명의 환자들과 함께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하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도 만들려고 한다”며 “치료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이제는 환자들의 삶의 질과 인권 존중에도 더 신경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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