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회 서울대 교수팀 ‘이종이식’ 세계 첫 성공
이식받은 원숭이 7개월째 거부반응 없이 건강
“사람 대상 임상시험 성공까진 갈길 멀어” 지적
이식받은 원숭이 7개월째 거부반응 없이 건강
“사람 대상 임상시험 성공까진 갈길 멀어” 지적
국내 연구진이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췌장의 췌도)를 돼지로부터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사람에게도 같은 방법의 이식이 성공한다면 당뇨가 완치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돼, 이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박성회 서울대의대 교수팀은 당뇨에 걸린 원숭이가 돼지의 췌장 세포를 이식받은 뒤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생존한 연구 성과를 31일 발표했다. 췌장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혈당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살릴 수 있어, 지금처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나 약을 평생 투여하는 대신 당뇨 완치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식 뒤에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뒤에도 이식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세계에서 처음 성공한 것으로, 이 성과를 인정받아 의학 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지인 <실험의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 성과를 보면, 박 교수팀은 혈당이 450㎎/㎗ 이상으로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원숭이에게 돼지 췌장 세포를 이식하면서,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조절항체와 2종의 보조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거부반응 없이 이식을 성공시켰다. 이후 이식된 췌장 세포에서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돼 평균 혈당이 정상 범위인 83㎎/㎗로 유지됐다. 더욱 놀라운 성과는 췌장 세포를 이식한 뒤 4개월이 지나서는 모든 면역억제제를 중단했음에도 이식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뒤에도 이식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람 사이의 이식수술에서도 매우 드문 일로, 다른 종류의 동물 사이에서는 세계 최초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앞으로 사람에게도 돼지의 췌장 세포를 이식해 당뇨 완치의 길에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 이식된 췌도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고 한번 사라진 이식거부반응이 얼마나 오랫동안 없는 채로 남아 있느냐 등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로 이 치료의 효과가 1~2년 동안 유지되거나 더 나아가 평생 유지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아울러 박 교수팀이 새로 개발해 이번 실험에서 그 효능이 확인된 면역조절항체가 사람에게서도 이용이 가능하다면 사람에서 사람으로 간이나 신장 등을 이식하는 수술의 성공 가능성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식 뒤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아 이식거부반응 때문에 골수이식(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지 못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며, 굳이 윤리적인 문제가 많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형의 일치 대신 면역거부반응을 줄여 기존의 다른 줄기세포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 허가 기준이 원숭이 8마리 가운데 4마리 이상에서 췌장 세포 이식 뒤 생존 기간이 여섯달 이상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열린 세계이종이식학회에서 이번 연구 성과가 임상시험으로 진입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성과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하며, 기존의 당뇨 치료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 성과는 동물에 한정된 것”이라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하기 전까지는 당뇨 치료의 길을 열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 실제 사용까지는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무균 돼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인간에게 해로운 바이러스 등이 전혀 없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현행 생명윤리법에는 이종장기이식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어 법적 논란도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충신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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