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분레우앙 쿠손, 민혜숙 병리과 교수, 서정욱 교수
개발도상국 의료원조 모델 만드는 서울의대 의료진
전 WHO 사무총장 뜻…8개분야 전수
첫 수료자 배출 “봉사 넘어 제도구축”
교육생 “치료와 후진 양성에 큰 도움”
전 WHO 사무총장 뜻…8개분야 전수
첫 수료자 배출 “봉사 넘어 제도구축”
교육생 “치료와 후진 양성에 큰 도움”
“암과 같은 질병 진단에 필수인 세포 조직 검사를 할 수 있는 병리과 의사가 라오스 전체에 5명뿐입니다. 이번에 서울대 의대에서 배운 병리 진단 및 교육방식으로 라오스에서 후진을 양성해 제대로 된 질병 진단 뒤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라오스에서 의대를 졸업한 분레우앙 쿠손(사진 왼쪽)은 22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실에서 선진기술 연수를 마친 뒤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라오스 의료진을 대상으로 의료 기술 교육과 장비 지원을 목적으로 한 교육 사업으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가 라오스 국립의대와 지난해 4월 양해각서를 맺은 뒤 시작한 이 사업은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사업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 2019년까지 계속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는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뜻을 이어 개발도상국의 의료 수준을 높이고자 마련됐다. 서울대 의대는 이번 연수 교육을 통해 병리학을 비롯해 미생물학, 생리학, 해부학 등 모두 8개 분야에서 1년 동안 한국의 의료 기술을 라오스에 전파했다.
병리과 교육을 책임진 서정욱(오른쪽) 교수는 “서양의학의 기본은 검사 결과에 따른 진단이 이뤄진 뒤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필수인 인체 조직을 슬라이드로 만드는 과정부터 이를 해석해 진단하는 기술은 물론 관련 논문을 찾고 연구하는 방법까지 연수 프로그램에 넣었다”고 말했다. 최근 보건의료 분야의 원조라 하면 의사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진료를 하는 것과는 달리 라오스 의료진들이 자체적으로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의료진을 교육한다는 취지다. 서 교수는 “단 한번의 의료 봉사로는 그 나라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요구를 채울 수 없다”며 “과거 50년 전에 우리나라가 외국의 의료 기술을 배웠을 때처럼 우리도 이제는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에 의료 기술을 전파해 그들의 현실에 맞는 의료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라오스의 문화와 언어가 다르다 보니 연수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민혜숙(가운데) 병리과 교수는 “언어의 차이는 오히려 극복할 만한 것이었다”며 “병리 진단에 대한 라오스의 의료 현황을 모르다 보니 어디서부터 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한데다 라오스의 문화 자체가 느긋하다 보니 혼자 애를 많이 태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1년 연수의 수료식을 가진 분레우앙 쿠손은 “그동안 프랑스, 독일 등의 연수 교육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연수를 받는다는 것이 더 편한 느낌”이라며 “라오스에 돌아가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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