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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뇌막 이식환자서 ‘유사 광우병’…추가 발병 우려

등록 2011-11-29 21:05수정 2011-11-30 11:27

국내 첫 ‘수술 중 감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망
독일산 뇌막 이식탓…외국에선 이미 200건 발생
1987년 ‘제품 생산중단’ 이전 수술환자 ‘발병’ 위험
정부, 넉달 지나 발표…“해당 환자 추적 조사 예정”
뇌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생긴 종양을 없애려 수술을 받은 뒤, 이식한 막에 의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시제이디·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시제이디는 치매나 운동능력 상실 같은 증상을 보이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프리온이라는 변형된 단백질에 의해 뇌 조직이 파괴돼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 시제이디의 한 종류가 이른바 ‘인간 광우병’으로 부르는 변종 시제이디이며, 이를 포함해 시제이디는 원인에 따라 크게 4종류로 나뉜다.

■ 치료 과정에서 생긴 시제이디

질병관리본부와 김윤중 한림대의대 교수팀은 지난해 6월 감각 이상, 운동능력 상실, 정신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지난해 11월 숨진 한 여성(54)의 뇌를 조직검사하고, 그 원인을 확인하려고 동물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의학적인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시제이디로 밝혀졌으며,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고 29일 밝혔다.

이 여성은 1987년 뇌막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독일에서 생산한 ‘라이오듀라’라는 상표의 뇌막을 이식받았다. 지난해 6월 뇌에 이상 증상이 생겨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뇌파, 뇌조직 검사를 했고, 시제이디로 확진됐다. 수술한 지 23년이 지나 시제이디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자연발생적인 산발성 시제이디로 의심됐으나, 김 교수팀 등의 조사에 의해 이식된 뇌막인 라이오듀라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돼 의학적인 치료 과정에서 걸린 시제이디로 분류됐다.

■ 이식된 뇌막이 원인

의학적인 치료 과정에서 시제이디에 걸린 사례는 세계적으로 20여개국에서 400건 정도가 보고돼 있다. 이 가운데 뇌막 이식 뒤 발생한 사례는 200건 정도이고 이 중 138건은 일본에서 발생했는데, 모두 독일산 뇌막을 이식한 뒤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문제를 일으킨 독일산 뇌막은 자연발생적 산발성 시제이디에 감염된 환자의 사체에서 적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이 재료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뇌막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뒤 시제이디에 걸릴 가능성은 0.05~0.2% 정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 독일산 뇌막이 쓰이지 않는다. 독일산 뇌막에 의해 시제이디가 생긴다는 사실이 1987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뒤 제조사가 프리온을 불활성화하는 처리 과정을 추가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문제가 된 라이오듀라는 1987년 이후 제조·판매가 중단된 상태로 국내에서는 허가된 적이 없다”며 “현재 의료기관에서 사용중인 제품은 이와는 다른 제품으로,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1980년대 초중반에 뇌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면 이 시제이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과장은 “1987년 4월 이전에 독일에서 생산된 해당 뇌막으로 수술받은 사람들에게서 이 시제이디가 나타날 수 있어 신경과 및 신경외과 의사들과 함께 협력체계를 만들어 추적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정부의 늑장 대응?

뇌막 이식 수술로 시제이디가 생겼다는 사실은 김 교수팀이 지난 7월에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넉달가량이나 지나 이 사실을 발표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시제이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커졌을 때, 시제이디 발병 가능성에 대한 조사나 현황 파악이라도 해야 했던 것 아니냐”며 “처음 보고된 뒤 넉달 만에 발표한 것도 의혹을 키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보고 당시에는 해당 뇌막이 원인인지 확인하는 동물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며 “동물실험과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확실한 결과를 얻은 뒤 발표했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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