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사회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한 법

등록 2012-01-09 20:02

김양중의 건강수첩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학에도 유행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공의 지원 현황만 보더라도 1980년대에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주요 과들의 인기가 높았다면, 1990년대에는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개원이 쉬우면서 수입이 높은 과들에 몰렸다. 최근에는 인기 과목들이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로 바뀌었다고 하니, 유행이 상당히 재빠른 편이다.

 의학의 주된 영역도 본격적인 서양의학이 도입된 1900년대 초반에서 1970년대까지는 수술이나 항생제 치료 등 의료진에 의한 치료가 중심이었다면, 1980년대부터는 암,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생활습관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의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신의료기술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1980년대에 각종 신약과 더불어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등 치료나 진단에서 새 기술이 유행했다면 1990년대에는 사람의 유전 정보를 완전히 해석해 내면 질병 완치가 가능해진다는 유전공학 분야가 크게 융성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람의 모든 장기로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재생의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인들의 건강법도 마찬가지이다. 생활습관병이 막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시작한 1980년대 말에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하라는 권고가 나왔으며, 규칙적인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 생활체육이 급속하게 활성화됐다. 이후에도 체조나 명상법을 비롯해 갖가지 건강법이 소개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질병의 원인과 보건정책에 관심을 갖는 보건학의 영역에서도 1980년대 이전에는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역학연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꽤 많은 학자들이 건강 불평등이나 사회역학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보다 위생습관이나 영양상태가 개선돼, 질병이 각종 세균,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에서 암, 뇌졸중, 심장질환 등 각종 생활습관병으로 변화됐기 때문이다. 또 소득 수준이나 문화적인 행태의 차이가 커지면서 질병의 발병 및 진행 그리고 치료 양상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장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며, 이에 따라 각종 직업병은 물론 여러 질병이 일에서 온다는 것 역시 증명되고 있다.

 모든 유행이 그렇듯, 유행하지 않는 분야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감염병과 암은 여러 약과 수술, 방사선으로 치료해야 한다. 질병의 진단 역시 뛰어난 영상으로 밝혀내고, 유전적인 원인도 파헤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혼자서 건강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역학이 개개인의 삶이 가장 중시되는 2000년대에 들어서 크게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혼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한다 해도(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 역시 가능하지도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작업장 환경이 엉망이라면 건강은 망가진다. 혼자만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에 감염병이 유행한다면 감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를 원한다면 함께 건강해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