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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40대 가장의 눈물 “암 치료 안받고 죽는게…”
“말기암 딛고 살아났더니…” 가정은 빈곤 나락으로

등록 2012-01-18 21:00수정 2012-01-19 11:54

암 환자 100만명 시대 (상) 낙후된 삶의 질
치료비 월 500만~600만원…집·가게 다 팔고 파산지경
“과일·채소 챙겨먹으라고? 지금 생계가 막막한 판에”

암은 이제 불치병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 국민 가운데 암을 앓고 있거나 이겨낸 사람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의 통계(2009년 말 80만여명)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다. 하지만 이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2차암 검진 등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암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암 치료 뒤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이에 대한 대책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계속 구역질이 나고 토하던 항암치료 과정이 차라리 나았습니다. 암 환자라고 일자리도 얻을 수 없어 생계조차 막막합니다.”

수도권에 사는 이아무개(45)씨는 2009년 9월 초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위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가 됐고, 림프종도 함께 발견됐다. 이씨는 ‘사망선고’라 여겼다. 치료를 포기하고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뒤에야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곧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2년 이상 살고 있다.

문제는 암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인테리어 가게와 아파트를 팔아 한달에 500만~600만원씩 드는 치료비를 대다 보니 1년도 안 돼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형제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으나, 더는 손을 내밀 염치가 없다. 이제는 차상위 계층으로 내려앉아, 병원의 사회사업 대상이 돼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다. 집도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겼다.

위암·림프종 진단 뒤 이아무개씨의 삶의 변화
위암·림프종 진단 뒤 이아무개씨의 삶의 변화
더구나 이씨의 아내는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딸마저 지체장애가 있다. 인테리어 사업이 잘될 때에는 한달에 600만~700만원의 수입이 있어 가정이 유지가 됐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씨는 “한달에 100만원이라도 벌어야 해 막노동이나 공사장에서라도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이마저도 암 환자라고 써 주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종이접기나 인형 만들기도 알아봤는데, 그마저도 암 환자라고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씨는 “의사는 야채와 과일을 챙겨먹고 운동을 하라고 하는데, 생계가 막막한 판에 식이요법이나 운동은 사치”라고 말했다.

암 환자와 완치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암 환자와 완치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암에 대한 공포와 생계 걱정 때문에 최근에는 우울 증상도 심해졌지만 위로받을 곳이 없다. 끊었던 담배에 자꾸 손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씨는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자주 오지만, 내 병 때문에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니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말기 암 환자였지만, 오히려 포기하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다 보니 치료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도리어 맘이 조급해졌다. 이씨는 “장애가 있는 아내와 딸만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며 “이런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싶고, 차라리 암 치료를 받지 않아 죽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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