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60%안팎 불과
진료비는 평균 인상률의 1.5배
시민단체 “비급여 항목 줄여야”
진료비는 평균 인상률의 1.5배
시민단체 “비급여 항목 줄여야”
지난해 3월 백혈병을 진단받은 이아무개(42)씨는 7개월 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골수이식(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비, 약값, 병실료 등을 모두 합해 1500만원가량을 병원에 냈다. 이 가운데 1300만원은 상급병실료(특실료), 선택진료비(특진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약값이었고, 200만원은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가운데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이었다. 이씨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아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 가운데 한해 200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씨는 골수이식 치료를 받은 뒤 여섯달 뒤인 올해 4월 백혈병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고, 지난 8월 두번째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에는 항암제를 써도 암의 진행을 막지 못해 보험 적용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골수이식 수술을 할 때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항암제가 효과가 있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선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씨는 결국 5000만원의 진료비를 내야 했다.
박진석 한국백혈병환우회 대외협력국장은 “암 등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 비율(보장성)이 71%라고 하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비보험 약값 등으로 아직도 수천만원을 내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건강보험 비급여에 해당되는 검사나 약값, 선택진료비 등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조속히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연말 건강보험 누적 재정이 사상 최대의 흑자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비급여 항목을 대폭 줄여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건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건보 당기 재정은 약 2조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 흑자는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선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회정책국장은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은 60% 안팎으로 너무 낮아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크다”며 “복지부가 마련한 2009~2013년 보장성 항목 확대 계획을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는 건보 재정 안정을 이유로 초음파 검사는 중증질환에만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보장성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내년에 병원이 받게 될 진료비의 경우 평균 인상률보다 1.5배나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는 등 보장성 확대보다는 의료계 수입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국장은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 환자 부담이 큰 비급여를 대폭 줄이는 보장성 확대 계획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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