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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간호사 부족해 조무사 늘린다?…환자들 ‘조마조마’

등록 2013-07-02 08:29수정 2013-07-02 10:44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가 지난 25일 간질환 환자의 기도를 막은 분비물을 흡입기로 제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가 지난 25일 간질환 환자의 기도를 막은 분비물을 흡입기로 제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 주부 이아무개(47)씨의 남편은 지난해 말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겨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이씨 남편은 가슴 부위를 열어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는 수술 뒤에도 당분간은 인공호흡기를 달도록 처방했다. 인공호흡기를 단 남편은 숨을 쉬기 곤란해하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래가 차서 이를 빼주는 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씨의 남편은 밤에 잠을 자다가도 가래를 빼달라고 손짓을 하곤 한다. 그때마다 간호사를 부르는 것이 이씨에게는 큰일이다. 해당 병동의 환자는 50여명에 이르지만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는 2명 정도에 불과하다. 간호사가 너무 바쁜 것 같아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이씨는 “남편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호흡을 거칠게 하는데 간호사는 오지 않아,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병동 스테이션에 찾아가 한두번 싸운 것이 아니다. 외국처럼 간호사에게 간병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당장 환자들에게 급한 간호 처치는 제공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간호사를 더 고용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 또다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암 병동에서는 거의 매달 간호사 송별회를 한다. 간호사 1명이 돌보는 소아암 환자는 8명 정도다. 다른 병동에 견주면 환자 수가 적지만, 아이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다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일 때마다 아이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일반 병동보다 훨씬 많다. 또 암 환자를 둔 부모들의 건의사항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에는 정해진 시간보다 업무를 4~5시간씩 더 하는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수시로 간호사가 그만두는 것이다. 이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간호사가 그만두면 신규 간호사가 오더라도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일이 손에 익을 때까지 다른 간호사들의 노동시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어 인력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병원 간호사 인력 OECD 최하위권
중노동 탓에 면허자 40%만 취업
환자·보호자 ‘서비스 부족’ 호소

이런 사례들처럼 요즘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제대로 된 간호 서비스를 받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동시에 간호사들은 ‘중노동’의 고통을 호소한다. 모두 병원 간호사 인력 부족에서 비롯한 문제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룩셈부르크·스위스는 16명이 넘고, 노르웨이·아이슬란드·덴마크는 14명 이상이다. 오이시디 평균도 9.3명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간호조무사까지 포함한 간호 인력 수는 인구 1000당 4.6명(간호조무사를 제외하면 2.3명)에 불과하다. 비교 가능한 23개국 가운데 멕시코(2.5명)를 빼고는 최하위 수준이다. 고용 간호사 수가 적다 보니 간호사 1명이 맡아야 하는 환자 수는 당연히 많아진다. 한국의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는 낮 근무 기준 17.7명으로, 미국의 5.7명에 견줘 3배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 의료법이 정한 간호 인력 기준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병원이 전체의 86.2%에 이른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병원이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수가 부족하면 환자 및 보호자가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심지어 환자 생명의 단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간호사가 돌보는 수술 환자가 1명씩 늘어날 때마다 환자 사망률은 8%씩 늘어난다거나, 외과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6명에서 2~3.5명으로 줄면 환자 1000명당 15명의 생명을 추가로 구할 수 있다는 국외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김윤미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팀이 2009년 한해 국내 병원에서 12종의 수술을 받은 환자 1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수가 가장 적어 간호 6~7등급을 받은 병원이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해 2~3등급 혹은 1등급으로 향상되면 수술 환자 1000명당 각각 33명, 54명의 생명을 추가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복지부 조무사 활용 확대 추진하자
전문가 “의료사고·서비스질 우려
보수 높이고 정원 채용 의무화를”

병원 간호사 인력 부족을 해결할 방안은 뭘까? 우선 간호대 정원을 확대해 간호사 배출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의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면허를 가진 간호사는 약 28만3000여명이지만 이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는 약 40% 수준인 11만1000여명에 불과하다. 김소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원장은 “최근 통계를 보면 면허 간호사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3교대 등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원 근무를 그만두거나 아예 취업하지도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간호대 정원을 기존 대비 거의 150%가량 늘렸지만 병원의 간호 인력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간호조무사의 활용이다. 마침 간호조무사 역시 취업률이 지난 2001년 32.7%에서 2011년 26.8%로 크게 낮아져 남는 인력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자격을 갖춘 간호조무사는 50만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만5000여명 정도만 근무하고 있어 38만5000명가량의 유휴인력이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간호사 인력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간호조무사를 거의 고용하지 않고 있지만 2018년부터는 간호조무사를 간호 실무인력으로 전환해 간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안의 핵심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조무사에게 간호 및 진료 보조업무를 맡게 하면 특히 중소병원의 간호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 없이 간호 인력만으로 환자를 돌보는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간호 영역을 더 넓히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방안이 간호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른바 ‘빅5’에 속하는 한 대형병원의 외과 교수는 “2000년대 들어서 종합병원 이상의 대형병원에서 간호조무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과거보다 암 등 중증질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의 간호에는 간호조무사가 그다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이상의 대형병원에 입원한 환자 간호는 심지어 신규 간호사로도 불안할 때가 많은데, 아무리 경험이 쌓였다고 해도 간호조무사로 채운다면 각종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간호 업무를 맡게 할 것이다. 양질의 간호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간호 서비스 수준이 낮아질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병원의 간호 인력을 확충하면서도 간호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두고 결국에는 간호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길원 충북대 의대 교수는 “병원의 비용 대비 수입은 간호 서비스 등 건강보험 적용 항목은 75% 수준이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등 각종 비급여 항목은 190% 수준으로, 병원 입장에서는 비급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간호 서비스 등 필수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적정하게 만들어야 환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의료 및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이 법으로 정한 간호사 정원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정희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현재 간호등급제도에서는 입원 병상 대비 간호사 수가 가장 적어도 입원료를 감산하는 비율이 5% 이하여서 제재 효과가 적다. 간호 서비스에 대한 적정 가격과 함께 인력 기준을 지키지 않는 병원에 대한 효과 있는 제재 조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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