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협 출연금 미납 탓 폐쇄
농성 71일째 “정부가 운영을”
농성 71일째 “정부가 운영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재단)에서 알코올 치료와 재활을 받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28일 “알코올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인 카프병원을 폐쇄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한 부당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알코올 환자와 보호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카프재단 출연금 미납으로 국내 유일의 비영리 공익재단인 알코올 전문 병원이 문을 닫아 강제퇴원당한 알코올 환자들이 심각한 위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알코올 의존증은 폭력, 가족 해체, 우울증, 공격 본능 등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낳는 만큼 국가는 알코올 피해 예방과 피해자 재활·치료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한국주류산업협회 소속 주류업체 35곳이 2000년 술에 대한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않는 대신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경기 고양시에 알코올 전문 카프병원과 재활시설, 서울에 3개의 재활 공동거주시설을 운영해왔다. 카프병원은 알코올 피해 예방에서 치료, 재활, 사회복귀까지 통합적 치료 시스템을 갖춰 환자와 가족의 좋은 반응을 받아왔다.
하지만 주류협회가 2010년부터 연 50억원씩 출연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다가, 올해 2월 여성병동에 이어 5월 남성병동까지 문을 닫아 강제로 퇴원당한 환자 100여명이 뿔뿔이 흩어졌다.(<한겨레> 6월27일치 32면)
카프병원 노동조합과 환자·보호자들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과 ‘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서울 관악구 한국주류산업협회 앞에서 71일째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정철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카프분회장은 “주류회사들이 건강증진기금 회피 목적으로 재단을 만들고는 출연 약속을 어겼다. 병원 운영에 뜻이 없으면 밀린 출연금(155억원)을 내놓고 손을 떼고, 정부가 카프병원을 공공기관으로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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