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등 올해 수요예측 빗나가
남아돌던 작년과 달리 공급부족
“노인 무료접종 해준다 말해놓고…”
보건소 헛걸음한 주민들 항의
“정부가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을”
남아돌던 작년과 달리 공급부족
“노인 무료접종 해준다 말해놓고…”
보건소 헛걸음한 주민들 항의
“정부가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을”
경기지역 보건소들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백신이 바닥나 무료 접종 대상인 65살 이상 노인들 상당수가 접종받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과잉생산돼 남아돌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보건 당국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29일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 시·군·구 보건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양·부천·용인 등의 보건소마다 독감 백신이 바닥나 보건소를 찾은 주민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 주민 김아무개(69)씨는 “정부가 노인들에게 무료 접종을 해준다는 약속이나 하지 말든지, 백신이 떨어져 접종을 못해준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보건소는 항의하는 주민에게 독감 백신 대신 무료 폐렴 예방 접종을 권하며 무마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감 백신 부족 사태는 전북 전주, 경북 안동·영천, 강원 춘천 등에서도 불거졌다.
이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 쪽의 수요 예측이 빗나간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는 올해 계획량인 88만2000명분의 87%인 77만명분만을 조달 구매했다. 고양시는 무료 접종 대상자의 61% 분량인 6만63명분만 공급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85% 이상 접종을 마쳤는데, 부족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백신 조달가격은 1개당 7479원으로 지난해보다 1100원쯤 올라 시·군·구의 구매 물량이 줄었다. 제약업체들은 1769만명분을 공급해, 지난해보다 444만명분을 줄였다. 독감 백신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이후 지난해까지 공급 과다 상태였다. 백신은 유효기간 1년을 넘기면 폐기해야 한다. 백신 2213만명분이 생산된 지난해엔 11월 초 가격이 조달구매가보다 1500원 낮은 5000원에 팔렸다.
2만5000~3만원을 내야 하는 민간 병·의원보다 훨씬 싼 7500~9000원의 실비만 내면 되는 보건소로,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시민들까지 몰린 것도 보건소 백신 부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구 보건소들은 어디에 얼마만큼 물량이 있는지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해한다. 정부가 유통 단계에 개입해 실수요에 맞는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백신 공급이 적정량(1500만명분)보다 많아 전체 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는 태도다. 박옥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제조회사 등과 민관 협의를 통해 수급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지만, 가격담합 등의 우려로 정부가 수급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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