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 안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공단)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하는 대로 지체없이 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소송이 시작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은 24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담배 소송 안건이 표결을 거친 끝에 과반수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이사 15명 가운데 13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쪽 이사 2명은 소송 제기 전에 점검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사회 뒤 기자회견을 열어 “흡연 때문에 생명을 해치거나 삶이 질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이 막대하게 새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이 나서 소송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소송 방법이나 대상·규모·시기 등은 건강보험공단에 위임했기 때문에, 앞으로 법률 전문가들과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기준 한해 1조7천억원이 폐암 등 흡연 관련 질병으로 쓰이고 있다며, 흡연과 관련이 확실히 증명된 후두암 등 질병 수에 따라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00억원 가량의 소송 규모가 예측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는 난관이 없지 않다. 당장 정부 쪽이 신중함을 강조하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흡연 피해 소송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송의 승소 가능성,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23일 건강보험공단에 소송 안을 당장 이사회에서 의결하지 말고 보고만 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의결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담배회사의 반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한국담배협회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건강보험공단의 담배 피해 추적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도 없고, 진료비 산정 오류까지 발견된다. 앞으로 10년이 걸릴 지 모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소송보다 현재 징수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담배세제를 개편하는 편이 건강보험 재정 문제 해결에 더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앞서 1999년부터 흡연으로 인해 폐암 등에 걸렸다며 흡연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3건 가량이 있었는데, 모두 패소했으며 현재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이번 소송도 패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안선영 건강보험공단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1954년부터 1992년까지 800건의 소송이 진행됐으나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미국의 주 정부가 나서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 돈으로 모두 260조원의 배상금을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 및 흡연 자료를 방대하게 가지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흡연이 각종 암을 비롯해 질병을 일으킨다는 인과성을 증명하면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H6s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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