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조숙증’ 아이는 키 안 큰다? 염려가 병!

서구화한 식습관 영향으로 과체중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성조숙 급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윤운식 기자 [e-mail]

[건강] ‘성 조숙증’ 제대로 알기

최근 ‘성 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 통계를 봐도 2006~2010년 5년 동안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은 아이들은 2006년 6400여명에서 2010년 2만8000여명으로 4.4배나 늘었다. 성별로 보면 여자아이가 93%로 절대적으로 많다.

성조숙증이 급증한 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과체중이나 비만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지만, 자녀의 키 성장에 대한 과도한 관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됐을 때 키가 작다는 등 잘못된 의학 상식이 널리 퍼진 탓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아동병원 의학연구소가 번역해 펴낸 <우리 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라는 책을 바탕으로 성조숙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아본다.

6살 이전에 시작된 경우 치료 필요할 수도

성조숙증을 빨리 발견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어른이 됐을 때 키가 다른 사람들에 견줘 작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서나 행동이 또래와 다르다는 걱정을 하는 부모들도 있으나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먼저 정서 또는 행동 문제는 또래와 다르게 유방이 커지거나 조기에 음모가 나는 것 때문에 우울해지거나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사춘기에 나타나는 반항적 행동이 먼저 나타나기는 하지만 성조숙증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부분 이를 잘 이겨내고 적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작은 키에 대한 염려가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사람 역시 소수다.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뼈 나이가 또래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진단 시점에 이미 키가 평균보다 크고 사춘기의 급속 성장 기간이 또래보다 더 길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대부분 어른의 평균 키에 도달한다. 다만 어른이 됐을 때 키가 작아질 가능성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만 6살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거나 6살 이후에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진행이 매우 빠른 경우다. 또 성조숙증으로 진단됐는데도 또래의 평균 키보다 작을 때는 치료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이 얼마나 빨리 진행할지, 키의 성장 속도가 어떠할지는 한번의 진료로 알 수 없다. 따라서 6~12개월 뒤에 다시 한번 진료를 받아 뼈 나이를 알아보고 키를 예측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나 각종 성호르몬 검사를 실시할지도 관찰 뒤에 정해야 한다. 하지만 남자아이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났다면 엠아르아이 검사가 필요하다.

몸 성장하는 사춘기 기간 길어
대개 치료 없이도 평균 키 도달
6살 이전에 사춘기 시작됐거나
진단시점 키 작을 땐 치료 필요
발병 급증 원인으론 비만 꼽혀

가짜 성조숙증과는 구별해야

흔히 부모들이 성조숙증으로 오인해 의사를 찾는 경우는 성조숙증과 비슷한 조기 음모 발생, 조기 유방 발달, 가성(말초성) 성조숙증, 조기 월경 등이 있다. 조기 음모 발생의 경우 통상 8살 미만으로 아직 사춘기 징후가 없는데도 생식기나 겨드랑이에 음모가 생길 수 있는데, 대부분은 또래에 견줘 키가 크긴 하지만 성장 속도는 한해 5~7.5㎝로 정상이다. 다만 성장 속도가 한해 10㎝ 이상으로 매우 빠르다면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또 음모가 자라는 등 신체 변화는 매우 천천히 나타난다.

3살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조기 유방 발달이다. 시간이 지나도 유방이 더 커지지 않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진성 성조숙증으로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아직까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성 혹은 말초성 성조숙증의 원인은 난소나 부신의 질환이다. 그러나 발생 자체가 거의 없고 조기 월경은 1~8살에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며 저절로 없어진다.

적정한 몸무게 관리가 필요

성조숙증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게 비만이다. 의학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조기 음모 발달 및 조기 유방 발달도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특히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되지 않도록 몸무게 관리가 필요하다. 가능성이 덜하지만 성적 자극으로 호르몬 분비가 영향을 받거나, 환경호르몬 노출로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 발생이 늘었다는 설명도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