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시야가 희부연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와 옷으로 몸을 가린 채 둔치를 걷고 있다. 사진 오른편 아래 작은 사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누리집에 올라 있는 방역용 마스크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결과
방역·독감용 투과율 3% 안돼
일반 마스크·손수건은 효과없어
방역·독감용 투과율 3% 안돼
일반 마스크·손수건은 효과없어
황사나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등 금속화합물이나 질산염·황산염 등 각종 공해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폐 질환이나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면역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황사가 오거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물고, 불가피하게 외출을 하면 황사마스크 등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상당수 황사마스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사마스크 주의보’가 발령된 셈이다.
윤 교수팀이 2012년 6~12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시중에서 팔리는 황사마스크 9종을 비롯해 마스크 44종의 미세먼지 투과율을 조사해보니 황사마스크는 9종 가운데 3종이 투과율 기준치인 20%를 넘어 불량 제품으로 나타났다. 3개에 1개꼴로 ‘불량’이라는 뜻이다. 어린이용 황사마스크는 4종 가운데 1종류가 투과율 기준치를 넘겼다.
다른 마스크는 어떨까. 윤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는 이렇다. 일반 마스크는 9종을 조사했는데 미세먼지 투과율이 많게는 96%에서 적게는 26%로 모두 차단 효과가 낮았다. 손수건은 투과율이 87.7~99.5%로 나타나 황사나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시피 했다. 반면 방역마스크나 인플루엔자마스크는 각각 4종과 5종을 조사했는데, 모두 투과율이 3%를 넘지 않아 차단 효과가 좋았다.
윤 교수는 “심장이나 혈관 또는 폐 질환자는 일반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아 황사마스크를 써야겠지만, 황사마스크의 성능을 믿지 못하겠다면 방역마스크나 인플루엔자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황사마스크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뒤에 (제조 공정의 문제 등 탓에) 성능이 떨어지는 상품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식약처가 투과율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사마스크를 살 때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았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신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불법 황사마스크를 팔다가 적발된 업체가 지난해 66건, 올해 1월만 해도 44건이나 된다.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반 마스크를 황사마스크로 속여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고, 일반 마스크인데도 황사 및 감기 예방이라는 표현을 써서 황사마스크로 오인될 표시를 해 형사고발 당하기도 했다.
황사나 미세먼지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외출을 삼가고, 외출 뒤 집에 돌아와 옷을 잘 털고 세수나 샤워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게 좋다. 코나 입은 물로 자주 헹궈주는 게 좋다. 미세먼지는 길이나 건물, 나무 등에도 내려앉으므로 노약자들은 주의보가 해제된 뒤에도 하루 정도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오승훈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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