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앤지 등 4개사 상대로
흡연 관련성 가장 큰 3가지 암
공단 부담 진료비 우선 청구
공단쪽 “의학·역학 자료 다수 보유
흡연-질병 연관성 밝혀 승소할 것”
흡연 관련성 가장 큰 3가지 암
공단 부담 진료비 우선 청구
공단쪽 “의학·역학 자료 다수 보유
흡연-질병 연관성 밝혀 승소할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케이티앤지(KT&G) 등 국내외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흡연과 직접 관련된 질병 치료에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14일 공식 제기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8월 흡연 피해 소송 방침을 밝힌 지 8개월 만이다. 한국에서 개인 흡연 피해자들이 1999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 15년 만에 정부 산하 기관이 직접 나선 사례가 됐다.
앞서 10일 대법원이 방아무개(65)씨 등 개인 흡연 피해자 30여명이 케이티앤지와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 나흘 만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미국에서도 흡연 피해자 개인보다는 주정부 등이 나서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성과를 거둔 사실을 환기하며, 이번 소송에서 승소를 자신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독막로 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티앤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및 제조사㈜ 등 4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단의 소송 대리는 개인 흡연 피해자들의 ‘담배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남산이 맡았다.
공단이 정한 소송액 537억원은, 흡연과 관련성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3가지 암(폐암 중 소세포암이나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걸린 환자들 가운데 ‘흡연 기간이 30년이 넘고, 그중 20년 이상은 하루 한갑 넘게 피운’ 환자의 진료비 가운데 공단이 부담한 액수다. 이 3가지 암에 걸린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흡연량과 흡연 기간이 긴 이들의 진료비를 우선 청구해 승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공단은 이후 다른 환자들의 진료비로도 소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법인 남산의 정미화 대표변호사는 “흡연 피해자 개인의 소송에서는 피고인 케이티앤지가 회사 내부자료 공개를 꺼려 입증 자료가 없어 패소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은 흡연 피해자들의 진료 기록 등 의학·역학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승소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등 국외 담배소송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공개한 필립모리스나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가 (소송 상대에) 들어 있어 미국 등에서 자기들이 시인한 위법성을 부인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송 대리인단의 일원인 안선영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환자들의 일반검진 자료와 암환자 등록 자료 등을 종합분석해 흡연의 폐해를 연구한 결과, 국내외 전문가의 자문, 세계보건기구(WHO)와의 협력 등을 토대로 흡연과 질병의 인과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담배회사에서 일한 이들의 내부고발로 담배회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흡연은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과 여성들한테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다. 국가의 미래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소송 등을 통해 금연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 이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공단이 맡아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제기와 관련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각각 찬반 의견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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