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자료사진
치협, 기존 전문의 과정 의사들 시험응시 반대
전문의 거친 의사들 항의로 타협안 마련됐지만
“치협 눈치 보느라 전문의 제도 유명무실”
전문의 거친 의사들 항의로 타협안 마련됐지만
“치협 눈치 보느라 전문의 제도 유명무실”
“치아 교정을 하다가 잘못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서 이 분야 전문의를 찾고 싶어도 치과 간판만 보고는 알 수가 없어요. 할 수 없이 큰 대학병원을 가야 하나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치아 교정을 시켜주고 싶은 노아무개(42)씨의 고민이다. 이비인후과나 피부과처럼 전문 과목을 표시하는 의사와는 달리 치과의원에서 전문과목을 표시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6월말 현재 전국 1600여곳의 치과 의원 가운데 단 10곳(전체의 0.06%)만이 교정이나 보철 등과 같은 전문과목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실제 치과 전문의가 거의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치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사람은 전체 치과의사의 3분의1에 이른다. 2008년 이후 전문의 시험을 거친 약 1500명을 포함해 그 이전에 전문의 수련을 받았지만 시험제도가 없어 아예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이들까지 합치면 8500명 가량이나 된다. 그런데도 치과 전문의 간판을 볼 수 없는 건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탓이 크다. 치과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치협이 기존에 전문의 과정을 마친 치과의사들한테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주는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치과전문의 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는 길다. 이미 1951년 의료법 조항에 치과전문의 제도가 등장하고, 1962년부터는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치과 전문의는 소수였다. 대다수는 치과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치과의원 등에서 진료를 시작했고 이들이 치협의 주요 구성원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1989년과 1996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시험제도를 입법예고했지만 번번히 치협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했다.
결국 치과 전문의 과정을 거친 이들 일부가 1996년 헌법소원을 냈고, 1998년 헌법재판소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치과 전문의 시험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른다. 이마저도 치협의 반대로 시행이 미뤄지다, 2008년 이후 치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사람들에게만 시험자격을 부여하는 어정쩡한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치과 전문의 제도가 실시되고는 있지만 2007년 이전에 전공의 수련을 마친 이들은 현재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치과대학 교수들조차 전문의 자격이 없는 상황이 수십년동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지금의 대학교수들은 치과 전공의를 교육할 수 있는 전속지도전문의 자격이 2016년까지 주어진다. 그 이후에는 전문의 자격조차 없는 교수들이 전공의를 가르쳐야하는 현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치대 교수들과 이미 전공의 과정을 마쳤지만 시험을 칠 기회가 없었던 치과의사들이 행동에 나섰다. 치과대학 교수들과 전문학회 등 7개 단체가 모여 ‘국민을 위한 올바른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 관련 단체 연합’을 만들었고, 지난 1일부터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15일에는 복지부 청사 앞에서 25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2007년 이전 전문과목 수련자에 대한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할 것과 대학병원 교수들에게도 전문의 자격 취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정부가 치과 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 이전 수련자 시험 응시와 대학병원 교수들의 전문의 자격 인정 등을 추진해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치협의 반대로 벌써 7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이익단체인 치협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말고 약속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치협은 이들 단체들의 주장을 담은 복지부 안에 대해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52%)가 찬성(44%)보다 많았다며 여전히 전문의 자격 시험대상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 치과의사들의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치협은 또 치과 전문의가 늘어나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도 대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