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소속 학생들이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에서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반대, 건강보험 수가 인상,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의사가 통신기기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는 시범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지난 3월 의사 단체는 원격의료 허용을 반대하는 집단휴진 투쟁을 벌였고, 정부는 관련 법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의사단체와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원격의료의 안전성 및 효과를 검증하려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복지부가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지만 의협과 논의가 중단된 만큼 현행법에 허용된 원격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일단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격 모니터링은 의사가 통신기기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상담이나 교육을 하는 것으로,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상담 및 교육의 가격도 책정돼 있지 않다.
복지부는 또 24일까지 의협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밝히지 않으면,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물론 지난 3월 의협과 정부가 합의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편 논의 등 38개 과제의 추진도 모두 잠정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협이 시범사업 대상 지역 및 참여 의료기관 선정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 쪽에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이 공동 시범사업을 하자고 한 뒤 보궐선거 등으로 집행부가 교체된 탓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방침을 제대로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열린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 회의’에서도 의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한 구체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협은 복지부에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설명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 건강보험정책심의위 개편 등 의정 합의와 관련한 논의는 계속 진행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의협은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복지부에 의협을 방문해 의료계 지도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줄 것을 요구했고, 복지부가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21일 ‘원격의료 시범사업 문제점 논의를 위한 의료계 대표자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자 긴급회의에는 의협 집행부를 비롯해 대의원회 의장단, 시도의사회장, 대한개원의협회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원격의료 허용 관련 법안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려면 시범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복지부와 원격의료 시범사업조차 반대하는 의협의 태도가 맞부딪쳐 초래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