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체액 직접 닿아야 감염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 낮다”
과도한 공포심 경계 강조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 낮다”
과도한 공포심 경계 강조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에볼라출혈열(에볼라)이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 3개국을 다녀온 21명은 지금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건당국이 밝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에볼라 예방 대책 브리핑에서 기니 등 3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21명을 상대로 에볼라의 최대 잠복기인 3주 동안 관할 보건소에서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13명은 ‘증상 발생’이 없었다고 밝혔다. 8명도 지금까지는 이상이 없으며 계속 추적 관찰 중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공항과 항만에서 발열 감시 체계 등을 운영해 기니 등 3개국을 거쳐 입국한 이들을 상대로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환자 발생과 유입 상황에 대비해 전국 병원 17개에 544병상을 준비해 놓고 있다.
보건당국은 우선 에볼라 유행 국가에 대한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현재 유행 지역에 있다면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하며, 현지에서 에볼라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국가를 다녀온 뒤 발열·출혈 등의 증상이 있다면, 입국 때 국립검역소 검역관한테 신고하고 입국 뒤에는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당국은 에볼라의 치사율이 25~90%로 보고돼 철저한 차단이 요구되지만, 과도한 공포심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에볼라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로 감염되지 않고, 감염된 환자의 체액·분비물·혈액 등에 직접 닿아야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환자는 접촉해도 감염되지 않는다”며 “에볼라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에볼라의 치사율이 높은 건 역으로 유행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인플루엔자처럼 감염된 뒤 대부분 생존하면 다른 사람한테 전파시킬 수 있지만, 에볼라는 치사율이 높아 대부분의 환자는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기기 전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21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오한·두통·근육통 등이 나타나다가 악화되면 전신에 출혈이 발생하며 7~10일 사이에 쇼크나 혼수상태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에볼라 유행 3개국 외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사람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처럼 에볼라 유행국은 기니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3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위험국가로 보지 않는다. 나이지리아처럼 유행국이 아닌 나라에서 온 이들까지 입국을 제한한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최근 한 여대에서 진행하는 국제 행사에 아프리카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33명인데, 모두 에볼라 발생국 이외 지역에서 온다. 해당 항공기와 탑승객을 상대로 검역조사를 벌여 증상 발생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볼라는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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