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손배소 원심파기
“위험 피할 방법 취했는지 고려해야”
“위험 피할 방법 취했는지 고려해야”
시술 자체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의료사고 책임을 덜어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척수에 손상을 입은 이아무개(53)씨가 의사 윤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윤씨의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한 원심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이씨는 2011년 어깨와 목이 아파 윤씨가 운영하는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윤씨는 이씨의 어깨에 대해 별다른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척추와 어깨에 마취제를 투여하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했다. 이씨는 시술을 받으면서 하반신 왼쪽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그 뒤로 하반신 저림, 배변 곤란, 감각 이상 등을 호소했다. 다음날 찾은 다른 병원에서는 척수 손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1·2심은 의사의 책임을 각각 60%·70%로 제한했다. 애초 신경다발 근처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시술의 특성 때문에 신경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높았고, 1년여의 재활치료로 이씨의 일상생활 능력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경차단술은 부작용 예방을 위해 방사선투시기 등 보조영상기기를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는데, 윤씨는 단지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에만 의존해 신경차단술을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의 책임을 제한하려면 신경차단술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취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경추 신경차단술이 신경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주된 사유로 삼아 책임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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