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권한…복지부 관련 규정 없어
“정부, 성과 강조하다 이런 일 발생”
“정부, 성과 강조하다 이런 일 발생”
정부가 제주도 외국 영리병원의 승인 여부를 이달 안에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1일 “제주도의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제주도 외국 영리병원’ 승인 여부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관련 규정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의료기관으로서 적절성,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진성 투자 여부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모호한 대답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 기준마저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그때 달라졌다. 복지부가 지난해 8월 승인을 보류했을 때에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할 가능성과 응급의료체계의 미비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령상 의료기관 설립에 관한 최종 허가권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진다. 하지만 외국 영리병원의 경우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심사기준을 두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3천여명으로 모두 24억원의 진료비 수입을 거뒀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았고 진료 영역은 주로 건강검진이나 피부과였는데 산얼병원이 들어서면 이 환자들을 상당수 흡수해 국내 의료 생태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의원은 “제주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 보고서는 전무한 상황인데, 복지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무책임의 극치”라며 “영리병원 설립 추진이 청와대나 경제부처의 성과몰이에 휘둘려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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