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석(건국대 의대 교수) 대한해부학회 용어위원회 위원장.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9일 ‘한글날’ 우리말 사랑하는 사람들
고기석 대한해부학회 용어위원장
한글 중심 해부학용어책 펴내
10여년간 위원들과 전국돌며 완성
“소통 위해 의료계에 널리 퍼지길”
고기석 대한해부학회 용어위원장
한글 중심 해부학용어책 펴내
10여년간 위원들과 전국돌며 완성
“소통 위해 의료계에 널리 퍼지길”
“안검이나 구개와 같은 한자말보다는 눈꺼풀, 입천장과 같이 쓰면 환자들도 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의료계 전체가 지금 당장 받아들여서 쓰지는 않겠지만 한글 해부학 용어도 점차 자리를 잡을 것으로 믿습니다.”
고기석(건국대 의대 교수) 대한해부학회 용어위원회 위원장은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그가 펴낸 해부학 용어집 여섯판째는 우리 몸의 뼈와 근육, 인대 등의 이름을 한글로 붙인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해부학 용어집은 1978년 1판이 나온 뒤 1981년 2판이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식 한자로 된 해부학 용어가 많아 해부학을 배우는 의대생이나 의사들은 물론 환자도 이해하고 쓰기가 불편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한글 해부학 용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2000년대에 들어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이번에 한글 중심의 6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실제 용어집을 보면 현재까지 한자말로 ‘상완’이라고 쓰는 신체부위는 위팔, ‘관골’은 광대뼈, ‘슬관절’은 무릎관절 등으로 바꿨다. 의료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또 ‘건’은 힘줄, ‘소장’은 작은 창자, ‘담낭’은 쓸개, ‘고관절’은 엉덩관절, ‘주관절’은 팔굽관절 등으로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로 정리했다. 이번에 나온 해부학 용어집은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배우는 해부학 교과부터 활용될 예정이다.
의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한자 중심의 해부학 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0년부터 매달 한두차례 전국에서 11명의 용어위원회 위원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정민석(아주대 의대 교수) 위원회 간사는 “위원들이 부산, 충남, 충북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서 회의도 전국을 돌면서 했다. 낮에는 용어 회의로 격론을 벌여서 얼굴이 빨개지고, 저녁에는 서로 다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회식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등 수백번의 모임 끝에 용어집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미 통용되고 있는 해부학 용어가 있는 만큼 이번 6판 해부학 용어가 당장 의료계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아파서 병원을 찾아본 적이 있는 환자라면 다들 느끼는 문제가 의사가 쓰는 말이 영어 중심이지만 우리말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용어를 새로 배워야 하는 의사들이 많이 반대하겠지만, 환자와 의사 그리고 의사와 다른 의료 직종 사이의 소통을 위해서도 한글 용어가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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