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혈당 측정기·전송장비 필요
처방전 받으려면 병원 다시 가야 해
처방전 받으려면 병원 다시 가야 해
정부가 시행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혈압·혈당을 측정해 의사한테 보내는 장비 마련에 1인당 35만~37만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처방이나 약을 받으려면 어차피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해 자칫 환자들의 의료비만 크게 올릴 위험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재서 이를 의료기관에 보내는 장비는 약 37만원, 당뇨 환자가 혈당을 측정해 보내는 장비는 약 35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계(12만원)와 환자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기계(10만원), 이런 정보를 의료기관에 보내는 통신장비(15만원) 마련에 모두 37만원이 든다. 당뇨 환자는 혈당계(10만원)와 환자 활동량 측정 기계(10만원), 통신장비(15만원) 등 모두 35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정부가 장비를 보조해줘 환자가 장비값을 따로 내지 않는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정식으로 시행되면 장비 구입 또는 대여 비용을 환자 쪽이 대야 한다. 더구나 원격의료가 이뤄지더라도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하려면 결국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해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안 의원은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확대돼 우리나라 전체 고혈압 및 당뇨 환자 수인 585만명 모두가 원격의료를 이용하게 되면 장비 구입에만 모두 2조1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의료기기업체에 돌아가게 돼 환자들과 병원의 비용만 늘고 의료기기업체만 돈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칫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원격의료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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