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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피 콸콸 쏟아져도 20초면 뚝

등록 2014-11-26 11:10수정 2014-11-26 16:16

초강력 지혈제 선봬…식물 추출물 주성분
장기에도 사용 가능…접착력 14일간 지속
초강력 순간지혈제 ‘베티젤’ 주사기.주사기 안에 담긴 노란색 액체가 베티젤이다. suneris 제공
초강력 순간지혈제 ‘베티젤’ 주사기.주사기 안에 담긴 노란색 액체가 베티젤이다. suneris 제공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종종 과다출혈로 인해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 소식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란, 이라크전에서 숨지는 병사들의 80%가 과다출혈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피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신생기업 수네리스(Suneris)가 그런 희망에 불을 지폈다. 불과 15~20초만에 상처에 난 피를 멈추게 해주는 초강력 순간지혈제를 개발해낸 것이다. 베티젤(VetiGel)이라는 이름의 이 지혈제는 식물에서 추출해낸 폴리머(고분자 화합물)가 주성분이며, 생체 거부 반응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젤 형태의 지혈제들은 주로 찰과상에 쓰이는 것들이다. 깊은 상처에 쓰이는 젤 형태의 지혈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혈을 하는 데 보통 5~1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베티젤은 단 15~20초 사이에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중상자들에게는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젤이 피부와 같은 신체 외부 상처는 물론 인체 장기의 출혈에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 중 출혈의 정도는 외과의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이다. 의사가 수술 도중에 이 젤을 쓸 수 있다면 수술 과정에서 흘리는 피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베티젤의 순간 지혈능력을 보여주는 그래프. 베티젤은 주입하자마자 혈액 응고가 시작된다.. suneris 제공
베티젤의 순간 지혈능력을 보여주는 그래프. 베티젤은 주입하자마자 혈액 응고가 시작된다.. suneris 제공

베티젤의 개발 주역은 뉴욕대의 젊은 과학도 조 랜돌리나(Joe Landolina)다. 그는 이 대학 신입생 시절 베티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가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베티젤 첫 시제품은 2011년 ‘뉴욕대 타임워너 이노벤션대회’(NYU Time Warner Cable Inno/Vention Competition)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동료들과 회사를 세워 베티젤의 제품화에 나섰다. 회사의 이름 ‘수네리스’는 ‘독특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라틴어 ‘sui generis’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젤은 피와 세포조직의 성분들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랜돌리나는 이는 레고 블럭 쌓기 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식물세포벽에서 추출한 젤을 상처난 부위에 주입하면, 젤의 일부는 피를 흘리는 장기의 내부 표면에 맞춰 모양을 바꾸고, 다른 일부는 끊어진 혈관이나 피부에 맞춰 모양을 바꾸면서 지혈에 돌입한다. 지혈은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상처 부위에 젤을 바르면 손으로 압박을 가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젤이 손상된 혈관에 물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응고 과정을 자극한다. 그런 다음 젤이 빠른 속도로 혈소판을 쌓으면서 촘촘하게 혈소판 망을 만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혈액응고단백질이 결합돼 응고 과정을 마무리한다.

수네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베티젤의 접착력은 약 14일간 유지된다고 한다. 이는 올 4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레브메덱스의 군용 지혈압박거즈 ‘엑스 스탯’(X stat)의 지속시간이 4시간에 불과한 것에 비해 훨씬 뛰어난 효능이다. ‘엑스 스탯’은 주사기로 특수 스펀지를 상처 부위에 주입하면, 스펀지가 부풀어 오르면서 상처 부위를 압박해 지혈하는 방식이다. 

베티젤은 아직 정식 시판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현재 미국내 일부 동물병원에서 시험 사용중이다. 사람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까다로운 식품의약국 승인 절차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 랜돌리나는 앞으로 베티젤이 밴드, 소독 젤, 붕대 같은 지혈제 시장의 8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네리스에 따르면 현재 베티젤의 제품화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미 국방부다. 베티젤은 냉장 보관할 필요없으므로, 제품화에 성공할 경우 병사들이 상시적으로 휴대품으로 갖고 다니며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수네리스는 밝힌다. 베티젤이 과다출혈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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