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빈익빈 부익부 실태] 전공의 모집 분석해보니
흉부외과·병리과 등도 찬밥신세
“파산 선배 숱한데 누가 선택하나”
“의료자원 배분에 심각한 문제발생”
흉부외과·병리과 등도 찬밥신세
“파산 선배 숱한데 누가 선택하나”
“의료자원 배분에 심각한 문제발생”
지난 3일 마감된 2015년 전공의 모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 내과 미달 사태다. 전국 수련병원(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병원)이 모집한 내과 전공의 정원이 588명인데, 46명 모자라는 542명만 지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은 정원을 채웠지만 비수도권의 상황이 심각했다. 충북과 대전의 대학병원 2곳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경남과 강원 원주의 대학병원과 수련병원도 각각 7명 모집에 지원자가 2명, 3명뿐이었다.
예견된 일이긴 하다. 최근 5년 새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가파르게 낮아져서다. 내과는 2011년까지만 해도 성형외과·피부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에 이어 5위(1.39 대 1)를 차지할 만큼 나름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론 2012년 1.34 대 1, 2013년 1.29 대 1, 2014년 1.09 대 1로 쉼없이 추락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내과는 대부분의 진료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정부의 원격의료 강행이 동네의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우려가 겹쳐 벌어진 현상”이라고 짚었다. 강원 원주의 한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는 “내과·외과 기피 현상의 원인을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려는 세태 탓으로 보는데 이는 피상적 진단”이라며 “병원을 차렸다가 파산한 선배가 숱한데 누가 내과 전공의를 쉽게 선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내과는 각종 암을 비롯해 심장·호흡기계·소화기계·감염 질환 등 대부분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분야다. 가장 기초가 되는 진료과다. 내과 미달 사태를 두고 의료계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료의 첫 단계인 내과가 기피과가 된 건 의료 자원 배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뜻한다”고 짚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도 “환자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동네 내과 의원이다. 내과 전문의가 줄어들면 환자의 병원 접근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 공급체계 왜곡에 따른 의료시스템 혼란을 막을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내과뿐만 아니라 외과·방사선종양학과도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흉부외과·비뇨기과 등은 지원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성형외과는 77명 모집에 110명이 몰려 1.43 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피부과(1.38 대 1), 정신건강의학과(1.34 대 1), 정형외과(1.34 대 1), 영상의학과(1.31 대 1)도 정원을 채웠다. 다만 한동안 기피과로 꼽혀온 산부인과에 올해 158명이 지원해 정원(150명)을 넘겼는데, 의대생 가운데 여성 비율이 크게 높아져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