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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노숙인 의료급여 ‘하늘의 별따기’

등록 2014-12-18 20:08수정 2014-12-18 22:20

노숙생활 3개월 이상 확인필요 등
수급 조건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
제도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태반
“신청요건 완화해 건강권 보장해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지난 3일, 대전의 한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지내며 고물을 모아 팔던 6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쓰러졌다. 보호시설과 협약을 맺은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뇌경색이었다.

정부는 2012년 6월부터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지원법)에 따라 노숙인에게 주거·급식·고용뿐 아니라 의료 지원과 응급조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픈 뒤’에야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탓에 이씨는 바로 의료급여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민간시설의 도움이 없었으면 치료를 못 받을 뻔했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서울 동자동 쪽방에 살던 박아무개(46)씨도 마찬가지다. 6월부터 건강이 나빠져 일을 못 하게 됐고, 결국은 다시 길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체중이 줄고 호흡이 어려워 노숙인 진료시설을 두차례 찾았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된 박씨는 진료도 받지 못하고 의료급여도 신청하지 못했다.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의료급여가 아닌 서울시의 의료보호제도를 통해 병원비를 대고 있다.

노숙인 의료급여가 까다로운 자격 조건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노숙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2656명이다. 이들이 의료급여를 신청하려면 △노숙인 보호시설 등에서 노숙·쪽방 생활을 3개월 이상 했다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신청이 가능하다. 쪽방 주민들도 자격 요건이 되면 신청할 수 있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788명에 불과하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활동가는 18일 “연락이 끊긴 가족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돼 있거나, 푼돈을 모아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던 사람들은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없다”고 했다. 노숙인 보호시설인 대전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는 “의료는 국민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지자체와 민간에 기댈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초 노숙인 지원정책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취약한 노숙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숙인 의료급여 신청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254곳에 노숙인 지정 진료시설이 있지만 모두 국공립 병원이나 보건소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노숙인이 이동이 잦고 의약품 오남용과 진료시설의 과잉진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간병원이 아닌)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를 지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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