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합병원의 병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상급병실료 등 병원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비급여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상급종합병원들 사이에서도 1인실 상급병실료가 4.5배나 차이가 났다. 수면내시경 검사나 초음파 검사 역시 같은 병원 규모인데도 가격 차이가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치과대학 부속 치과병원 등 33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상급병실료, 초음파 검사료, 수면내시경 검사료 등 32개 항목의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해 30일 누리집에 공개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2013년 1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뒤 이번에는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과 치과대학 부속 치과병원으로 확대했다. 공개 항목도 처음엔 초음파 검사 등 19개 항목에 그쳤지만 이번엔 수면내시경, 복부 초음파 등을 추가해 모두 32개로 늘렸다.
공개된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 규모에 대체로 비례해 상급종합병원일수록 높았다. 하지만 같은 규모의 병원에서도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1인실 상급병실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 45만원(삼성서울병원)으로 가장 낮은 곳(대구가톨릭병원, 10만~20만원)에 견줘 최대 4.5배나 비쌌다. 또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들끼리 비교한 결과 가장 높은 곳(동국대일산불교병원, 30만~36만원)과 가장 낮은 곳(청주의료원, 4만원)의 차이도 9배에 달했다.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들 중에는 제일병원(36만~38만원)이 가장 높아 가장 낮은 대우병원(2만원)보다 19배나 비쌌다.
이번에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수면내시경 검사료 차이도 컸다. 환자를 수면 상태로 유도한 뒤 위장을 내시경으로 검사할 때 상급종합병원 검사료의 경우 최고 32만원으로 최저인 5만원에 견줘 6.4배나 됐으며,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도 2만~20만원으로 10배나 차이가 났다.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의 차이는 더 커 최저 2만원, 최고 23만원으로 11.5배나 됐다. 초음파로 복부의 장기를 검사할 때 드는 검사료 역시 병원 규모별로 2.9~7.3배의 가격 차이가 났다.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비싼 병원일수록 더 값비싼 시설과 장비 등이 투입됐고, 재료뿐만 아니라 치료 행위까지 포함돼 비교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병원들의 해명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같은 1인실이라도 면적, 각종 시설 및 장비, 환자 중증도 등에 따라 투입되는 비용이 달라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도 “이번 조사 결과는 해당 병원이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를 단순 비교한 것이다. 병원별 땅값과 시설 차이, 장비와 의료진 수준, 시술 소요시간, 환자 중증도 등까지 고려해 비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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