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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문형표 장관의 ‘적반하장’

등록 2015-02-09 20:38수정 2015-02-09 21:19

현장에서
2012년 7월의 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자체 쇄신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가 달라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를 발표하려 했다.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건보료 개편은 정부가 할 일”이라며 제동을 걸자, 건보공단은 한달 뒤인 그해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토론회 자리에서 이 안을 우회적으로 공개했다.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와 개선 필요성은 전문가들과 다수의 언론이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건보공단의 개편안 공개 뒤 사회적 반향이 일자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출범과 함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그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꾸려졌다. 기획단은 1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해 8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지부가 다시 딴지를 걸고 나섰다. 기획단 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정감사 뒤에 재론하자며 개괄적인 개편 방향만 내놓자고 한 것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도 복지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12월 기획단 안팎에서 해를 또 넘기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복지부는 마지못해 공개 날짜를 지난 1월14일로 정했다. 1월9일엔 기획단 안에 대한 기자설명회도 열었다. 당시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기획단 안을 종합 검토해 이르면 4~5월 안에 정부 안을 만들어 2016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일정표도 내놨다.

하지만 복지부는 기획단 최종회의와 공개일을 1월29일로 미뤘다. 마침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1월28일 “올해 안에 건보료 개편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획단 안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한달가량 더 늦춰달라는 요청을 기자들이 거부하자 벌어진 일이다. 그 이면엔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 등 이후 대형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가 아니라면 당분간 건보료 개편 추진 시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 장관의 돌출 발언을 사실상 ‘백지화’로 해석하는 건 결코 무리하지 않다. 애초 복지부가 올해를 건보료 개편 추진의 최적기로 여긴 이유이기도 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사정이 이런데도 문 장관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나와 이 모든 사태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문 장관은 “논의를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 부과체계 개편 추진 의지는 분명하다. 복지부가 입장을 바꾼 것도 아닌데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안면몰수식 적반하장 앞에서 문 장관의 국어 실력을 탓해야 할지, 장관으로서의 책임윤리 부재를 탓해야 할지 난감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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