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옆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최근 흡연공간을 없앤 신한은행 건물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 토론회서 밝혀
담배를 많이 피우면 폐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통계적인 증거는 개개인이 흡연으로 입는 피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련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흡연 피해 소송에서 폐암의 원인은 흡연을 비롯해 다양하기 때문에 폐암에 걸린 흡연자가 오직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담배회사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6일 대한금연학회·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역학적 증거가 가지는 의미’ 토론회에서 국외 연사로 초청된 알렉스 브로드벤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학 교수는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과 같은 통계적인(역학적인) 증거가 개개인의 인과관계 즉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린 개개인의 소송에서도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과 폐암 사이의 통계적인 인과관계가 있지만 담배회사가 흡연자 개개인의 폐암에 대해 피해 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주장이다. 브로드벤트 교수는 “통계적인 증거들이 흡연과 폐암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데도 개개인한테는 적용하지 못한다는 주장 자체가 논리적인 오류”라며 “통계적인 증거를 개개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면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담배를 끊는 것도 불합리한 것이라는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영호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폐암 등 질병 발생에는 흡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관여한다.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질병이란 없다. 하지만 폐암 발생에 여러 원인이 관여한다고 해서 폐암에 대한 흡연의 영향을 없애지 않는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일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담배가 폐암의 기여위험도가 90%라면 즉 폐암 발생의 90% 정도가 흡연 때문이라면, 개개인의 폐암 발생에서도 이런 확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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