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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필러시술 받다 실명·뇌사 때도 외국인 성형사고 소송은 ‘별따기’

등록 2015-04-15 20:05수정 2015-04-15 22:25

성형 외국인 4년새 5배이상 증가
언어 안통해 서류 준비 등 힘들어
패키지 상품 이용땐 문제 더 복잡
복지부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을”
중국인 관광객 허이원(가명·41)은 2013년 10월 한국에 사는 중국인 친구의 소개로 강남의 유명 피부과를 찾았다. 콜라겐 등을 주사해 얼굴에 입체감을 살려주는 필러 시술을 받기 위해서다. 600만원을 주고 이마와 코 주변에 필러 4대를 맞기로 했다. 3대째 맞았을 때 눈에 통증을 느꼈다. 인근 병원에서 급히 필러 제거 수술을 받고 2주간 입원했다. 하지만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마와 코 주변 피부는 새까맣게 변했다. 병원에 따졌지만, 사고에 따른 수술비와 입원비 15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외국인들의 성형관광이 늘면서 의료사고도 증가세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청담동 성형외과에서 중국인 여성이 눈과 코, 이마에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한 중국 언론은 중국성형미용협회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이 5만6000여명이고, 성형 분쟁과 사고가 매년 10~15%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를 보면,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은 2010년 4708명에서 2013년 2만4075명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의료사고 소송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허이원의 소송을 대리하는 박우동 변호사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귀화한 지인의 도움으로 필요한 소송서류 등을 받고 있다. 통역이나 로펌이 끼면 돈이 많이 든다. 허이원도 사업가이고 한국에 지인이 있어 소송이 가능했지, 패키지 관광으로 온 사람이라면 포기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재판 진행도 쉽지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중국 공문을 일일이 번역해야 하고, 업무가 두배다. 중국 세무서에서 뗀 소득 자료를 냈지만, 지난달 재판 때 병원 쪽이 못 믿겠다면서 중국 정부에 사실조회를 하겠다고 했다. 소송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 출신인 윤혜정 변호사는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씹지를 못하는 피해자가 상담을 온 적이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일을 해야 해서 한국에서 소송을 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의료분쟁 결과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2011년 판례를 보면, 유명 성형외과에서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일본인은 겨드랑이에 흉터가 생기고 보형물이 파열돼 일본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법원은 의료 과실을 인정했다. 미국 시민권자 정아무개(53)씨가 2009년 필러를 맞은 뒤 오른쪽 콧구멍이 없어진 데 대해서도 법원은 의료 과실을 인정했지만 “정씨가 다른 병원에 조기에 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책임 비율을 50%로 한정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외국인은 의료사고에 더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 출신인 윤태중 변호사는 “성형 브로커를 끼고 들어와 사고가 나면 더 문제가 된다. 성형관광 패키지 금액과 성형외과에 낸 액수 차이가 커서 배상액을 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는 통역이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는 “3월부터 한국관광공사와 협약을 맺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이용한다’는 서명을 받은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도 외국인에게 조정제도가 있다는 걸 알리도록 부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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